[경린이의 경제 공부] 큐텐 | 이커머스 | 티몬 위메프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티메프 사태”를 공부해 봤습니다.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매우 큰 사건이면서, 앞으로의 이커머스 업계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꼭 알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티메프 사건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누가 어떠한 피해를 입었는지, 그래서 정부는 어떤 해결책을 내놓았는지 등 하나씩 자세히 알아봅시다!
일단 이커머스의 정산 시스템을 알아볼까요? 아시다시피 이커머스 온라인 몰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중개자 역할을 합니다. 이커머스 산업은 거래금액의 수수료 10~15%만을 수입으로 갖고 오기에, 수수료만으로는 회사를 운영하기 힘듭니다. 많은 직원들의 인건비, 시스템 구축비용, 광고비, 인프라 등 모든 운영자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초기 투자를 받아 운영하거나, 셀러들 정산을 최대한 늦춰 정산금을 운영자금으로 써야 하는 것이죠. 정산금으로 그때그때 돌려막으며 운영해야 하는 이커머스 업계가 항상 적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흑자 전환을 하기 위해선 외부에서 투자를 많이 받아 상장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쿠팡, 쓱, 마켓컬리, 큐텐 등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상장에 도전하는 이유이죠. 일단 상장만 시켰다 하면 돈이 들어올 것을 알기에, 벤처 기업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욕심내어 무리한 인수합병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불안한 점은, 결국 추후의 상장만 믿고, 무리한 확장을 하는 데 있는데요! 확장할 때 들어가는 돈에 자신들의 운영자금(수입금 + 투자금)과 정산자금(남이 맡겨 놓은 돈)을 구분하지 않고 쓴다는 점입니다. 남의 돈을 회사 마음대로 쓰게 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고, 이번 티메프 사태 발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창 논란 중인 큐텐 사장 구영배 대표는 2006년 지마켓을 한국 이커머스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시킨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지마켓은 자신들이 손해 보면서까지 상품을 대폭 할인 판매하여 고객을 순식간에 끌어모으는 전략을 구사했죠. 그 전략으로 한국 1등 이커머스 기업이 되었고, 그것을 토대로 나스닥에 1조 원 가치로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회사를 확장시켜 나스닥 상장시키기 “ 지마켓 때의 성공 전략을 이번 티메프에도 적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09년 구영배는 이베이에 지마켓을 판매하였습니다. 이때 ‘겸업금지 조항‘ 옵션이 있어 국내에서는 10년 간 이커머스 유사 사업을 할 수 없게 됐죠! 그리하여 구영배는 싱가포르로 가서 <큐텐>이라는 이커머스 사업을 새로 시작하게 됩니다. 구영배는 포화 상태인 이커머스가 아닌 “물류 사업”으로 또 한 번의 나스닥 상장 신화를 만들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큐익스프레스를 상장시키기 위해선, 상당한 물량 확보가 필요했고, 이를 채우기 위해 2022년 한국으로 와서 공격적인 이커머스 인수합병을 시작하게 됩니다.
구영배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물동량을 늘리기 위하여, 한국의 적자 이커머스 업체 인수에 나섭니다. 당시 티몬과 위메프는 이미 자본잠식 당한 상태였습니다. 2022년 티몬의 유동자산(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1309억 원이었던 반면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는 7193억 원이었죠. 2023년 위메프의 경우도 유동자산이 617억 원인 반면 유동부채는 3098억 원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 자금보다 5배나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큐텐은 이런 재무상태와 수익성이 모두 좋지 않았던 이커머스 기업들을 싼값에 인수할 계획을 세웁니다. 큐텐에게 중요한 것은 잘 나가는 이커머스 기업을 먹는 게 아니라, 큐익스프레스 물동량을 늘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싼 값에 인수할 수 있어 이득이었죠.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메프는 새로운 투자자인 큐텐에 지분 교환 방식으로 회사를 넘겼습니다. 그럼으로써 티메프 최대주주는 티메프의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었고, 큐텐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티메프를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큐텐은 티메프를 싼값에 인수한 후, 큐텐 재무팀이 티메프의 모든 돈 관리를 맡게 됩니다. 이는 사실 큐텐이 마음대로 티메프의 자금을 갖다 쓴다 해도 아무도 알 수 없고, 막을 수 없는 상태로, 보통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일입니다. 월급쟁이 임직원에 불과했던 티메프 사장은 큐텐의 지시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었죠. 추후 큐텐은 상장을 위한 인수합병 과정에서 티메프의 정산금을 마음대로 끌어다 썼다는 것을 실토했습니다. 이것이 이번 사건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이죠.
큐텐은 2024년 미국 온라인 몰 “위시”도 인수합병하게 됩니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하여 “미국 이커머스 기업“도 전략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과정에서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큐텐 재무팀이 티메프의 돈 관리를 모두 담당하고 있었기에, 위시를 인수할 때 부족한 현금을 티메프의 ‘정산금’에서 빼와서 쓴 것이죠. 큐텐은 ‘일단 상장만 시키면’ 자본금이 들어와 유동성 문제는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티메프는 셀러에게 줘야 할 현금이 더욱 부족해지게 됩니다.
티메프의 모든 돈 관리는 큐텐 재무팀이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죠? 큐텐 재무팀은 티몬의 현금 마련을 위해 “상품권 할인판매”를 지시하게 됩니다. 셀러들에게 정산해 줄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하여 상품권을 아주 싼 값에 무분별하게 발행하게 되는데요! “신세계, 롯데, 도서문화상품권 등”을 비롯해 티몬 자체 상품권인 “티몬캐시”도 10% 할인해서 판매를 진행하게 됩니다.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큐텐이 상장하기 전까지 정산금 돌려 막기에 나선 것입니다.
그렇게 돈을 끌어 모으며 무리하게 진행했던 큐텐 나스닥 상장은 결국 불발되었고,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셀러와 소비자에게 전가되었습니다.
티메프에서 5월에 판매한 상품 거래 금액만 16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셀러가 5월에 판매한 거래 금액을 이커머스는 7월에 정산을 해줘야 하는데, 이 돈을 셀러에게 주지 못하게 되었죠. 6,7월에 판매된 금액 역시 8,9월에 정산되어야 하는데 이 또한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하여 무분별하게 발행된 상품권들의 정산 역시 불가능하게 돼버렸죠. 신세계, 롯데, 도서상품권 등등은 티몬이 판매한 상품권 사용을 금지시켰습니다. 물건, 서비스 등을 구매했지만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 역시 증가하였죠. 이렇게 피해 추정액만 약 1조 이상이라고 합니다. 또한 티메프의 직원들 역시 월급과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고 하네요.
판매자는 물건이 팔리고 나면 이커머스로부터 2달 후에 정산금을 받게 되어있죠. 판매자는 2달간의 펑크를 메꾸기 위해, 은행에서 ”2달 후 받을 정산금을 담보로 “ ”선정산“이란 이름의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은행은 판매자에게 돈을 미리 빌려주고, 이커머스로부터 2달 후 정산금을 받아가게 됩니다. 이때 이커머스가 은행에 정산금을 지불하지 못한다면, 은행은 판매자에게 정산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판매자가 은행에 정산금을 갚지 못하면 판매자는 바로 연체자가 되는 것이죠. 3개월 연체가 되면 한 순간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습니다. 판매자는 판 물건에 대한 돈도 못 받고, 오히려 은행에 빚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나는 일이죠.
기업회생은 쉽게 말해 부도나기 직전인 회사가 “나 죽겠어요. 살려주세요”하며 도움을 신청한 것입니다. 회사에게 받을 돈 있는 채권자들끼리 상호 합의하여 “회생 가능하다” 판단하면 채권자들은 ‘이자를 깎아주든, 돈 갚을 만기 기한을 늘려주든’ 자신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회사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것이죠. 만약 기업회생이 불발된다면 회사는 부도처리가 되고, 채권자들은 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큐텐은 사건 발생 후 1주일 만에 기업회생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는 불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유는 통상의 기업회생과는 달리, 이커머스 업계는 땅과 건물 등 실질적 자산이 없고, 오직 인기로 먹고사는 특성이 있기에, 인기가 떨어진 지금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회생 불가하기 때문인데요! 돈 못 받은 셀러가 6만 명인 이 상황에서 누가 큐텐을 믿고 상품을 거래할까요? 모두가 큐텐 기업회생은 불가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큐텐은 어차피 불발될 “기업회생”을 신청했을까요?
그럼에도 큐텐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유는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이는데요! 기업회생을 신청함과 동시에, 큐텐이 당장 피해자들에게 돈을 줘야 할 의무가 중단이 되고, 모든 것은 법원과 채권자들의 결정과 판단으로 넘어갑니다. 만약 기업회생이 불발된다면 큐텐의 파산으로 모든 책임이 끝나고, 반면 기업회생이 받아들여진다면, ’채권자들이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 결정을 하였으므로, 일정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뭐가 됐든 큐텐은 이미 망했기에 어떻게 서든 책임을 피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피해자들은 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큐텐은 어떻게 서든 800억 정도는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론에 계속 떠들고 있습니다. 구영배 대표는 진짜 800억을 내놓을까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그가 800억을 마련할 수 있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는, 향후 검찰조사를 통한 ”사기배임죄“에서 조금이라도 형량을 낮추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이는데요! 민법에서는 “돈 갚을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 죄고, ”돈을 갚겠다! “는 노력을 보이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형량을 어떻게 서든 낮추려는 구영배 대표의 노력이죠.
큐텐 자회사인 인터파크와 AK몰도 정산이 중지됐다는 신문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하여, 이커머스 업계의 신뢰도가 굉장히 하락하여 결국 이커머스 업계의 1,2등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잘 되는 쪽으로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고, 그들은 반사효과로 매출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커머스 1,2위 업계가 독점을 하게 되면서 판매물건 가격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부는 너무 많은 피해자로 인한 연쇄파산을 막기 위해,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으로 기업은행에 대출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의 피해 규모가 너무 커서, 연쇄부도가 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부는 급하게 국책은행(국가의 특정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공적 은행)인 기업은행에 셀러들 “특별 대출”을 요청했습니다. 정부가 5600억을 은행에 예금하는 형식으로 지원해서, 그 돈으로 은행이 셀러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이죠. 분명 신용이 안 좋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특수 목적으로 도와주라는 것입니다. 셀러들은 이 돈을 빌려서, ‘선정산’으로 돈을 빌렸던 다른 은행에 돈을 갚게 됩니다. 추후 대출 만기가 끝나면 기업은행은 사람들에게 돈을 다시 받아서 정부에게 5600억을 갚아야 합니다. 여기서 만약 셀러가 돈을 갚지 못한다면, 은행이 대신 셀러가 갚지 못한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이죠. 정책 수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은행이기에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의 과도한 욕심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모쪼록 피해가 더 커지지 않고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