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가로막는 문화

[책 리뷰] 공감은 지능이다 | 자밀 자키

by 경린이의 경제공부



공감을 가로막는 문화


혼밥, 혼영, 혼술까지 나는 평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변과의 연락은 멀리하고,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과 삶을 즐긴다. '혼자가 좋다'라는 곱게 포장된 말은 피곤한 인간관계로부터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이고, 최상의 편안함을 유지하게끔 도와준다. 나는 불필요한 관계로부터 오는 자잘한 스트레스를 피해,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는, 전형적인 '살코기 세대'를 살아간다. 내 인생 살아가는 것만도 벅차니까, 내 인생에 노크 없이 들어오지 마. 뭐 이런 마음이랄까?


빠르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세상 속, 주위에도 다양한 삶의 형태가 드러난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는 비혼 주의 언니, 결혼은 하지만 절대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동기, 월급만으로 도저히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며 주식 투자에 진심인 오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우울함을 토로하는 친구,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며 살겠다는 언니. 안정된 일자리 부족, 집값과 전셋값 상승, 불안정한 미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에게 짊어진 고통의 무게가 가중됨에 따라, 삶은 무기력해지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는 고립되어 살고, 관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적대감 속에서 허우적 댄다. 그야말로 공감을 가로막는 문화에서 살아간다. 그 어느 때보다 공감을 회피할 이유가 많아졌다.






여성/남성, 노인/청년, 좌파/우파, 장애인/비장애인, 동성애자/이성애자, 택배회사/아파트 주민, 내국인/외국인, 인종차별



공감의 결여로 인한 증오와 갈등은 세상을 분열시키고, "사람들은 쉽게 세계를 내부인과 외부인으로 경계를 나눈다." 정치, 인종, 정체성의 분열은 내재되어 있던 증오를 증폭시킨다. 디지털의 발달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직접 나서지 않고도, 집에서 간단히 개인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기에, 집단 간의 분열 조장이 용이하다. 이제 그 누구도 타 집단과의 갈등과 분열을 조정하고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개인의 입장과 목소리를 키워 더 큰 조직을 만들어 이끌어간다. 공감과 이해는 메마르고 괴물이 되어가는 세상. 이웃 간의 정, 사람들 간의 관계보다는, 개인이 중요한 시대. 개인이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갈수록, 세상은 더욱 야박한 곳이 되어간다.


구식 미디어는 우리에게 시끄럽고 극단적인 목소리를 들려줬고 우리는 그런 목소리에 끌렸다. 새로운 미디어는 우리에게 바로 그런 목소리가 되라고 부추긴다.








공감은 지능이다


책은 공감이 결여된 각박한 세상 속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들 간의 연결을 만들고, 공감의 습관을 쌓으며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갈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적어 놓았다. 저자는 현 세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혐오와 갈등을 일으키는 힘을 밝혀내고 그 힘들을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은 행동의 변화로 닫혔던 공감의 문을 열어(공감의 넛지), 조금 더 친절한 세상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개인 간의 접촉을 통해 집단 간의 편견 줄이기, 문학과 예술이 공감에 미치는 영향, 친절한 시스템이 키우는 친절한 마음, 가상현실을 통한 공감 증대 등을 말하며, 공감은 본능이 아닌 기술이며 지능인 것을 주장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며, 타인과 사회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되돌아본다. 세상은 더 야박한 곳이 될 수도 있고 더 친절한 곳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더 파괴될 수도 있고 회복을 시작할 수도 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게으른 감정적 본능에 굴복한다면 우리는 모두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공감은 연대를 강화시킨다. 분리된 세상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과 이해 그리고 배려이다. 공감을 가로막는 문화 속에서 살아가기에, 어떻게 하면 더 친절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느낀다. "우리의 집단적 운명은 각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기로 결단하는 가에 달려있다."


공감하는 사람들은 공감을 적게 하는 동료에 비해 친구를 더 쉽게 사귀고, 더 큰 행복을 느끼고, 우울증에도 덜 시달린다. 자신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나눠줄 자원이나 에너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혜택을 자신에게서 박탈하는 일이다.





다만 마지막으로 책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완독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공감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미국"의 연구 사례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았고, 독서모임을 하면 범죄자들의 형량을 낮춰준다는 실험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공감'이 분열된 사회의 처방약이고, 작은 변화로 인해 공감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지만, 개인의 실천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 있지 않아, 책을 다 읽은 후에도 "공감과 친절"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게 남아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 대신, "공감의 넛지"를 실현해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가 책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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