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란 무엇인가

[고전소설] 변신 | 프란츠 카프카

by 경린이의 경제공부



변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 버는 기계처럼, 쉬지 않고 일하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갑자기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다. 그의 가족들은 그동안 모든 생계를 잠자에게 맡기고 의존해서 살아왔지만, 잠자가 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자 되자 그제야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잠자는 하루 종일 방 안에서 가족들의 눈을 피해 살아가고, 모두에게 외면받는다. 그는 결국 자신의 방에 고립되어 짐짝 취급을 받으며 지내다가,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어렸을 때 사람이 벌레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흥미로운 판타지라 생각했다. “사람이 벌레가 된다고? 악! 징그러워.” 딱 이 정도가 어린 나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나에게, 이 이야기는 더 이상 ‘흥미로운 판타지’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는 소름 돋는 현실 이면의 모습이, 직설적인 형태로 담겨있었다.





1912년에 쓰인 [변신]은 놀랍게도 약 100년이 흐른 현재 우리네 모습과도 별반 차이가 없다. 벌레가 된 잠자는, 자본주의 사회 속 개인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해 낙오된 한 마리의 ‘충(蟲)’이었으며, 그의 죽음은 개인이 사회에 묻혀 고립되어 죽어간다는, 무서운 현실을 담아낸다. [변신]은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낙오된 한 사람의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이며, 누구라도 언제든 흉측한 해충이 되어 인간만도 못한 존재로 강등될 수 있다는, 공포로 다가온다. 혹은, 지금의 내가 이 사회의, 나의 가족의 벌레는 아닐지, 돌아보게 만드는 섬뜩함을 품고 있다.


카프카는 책을 출고할 당시 출판사에 “책 어디에도, 절대로 벌레의 모습이 보여서는 안 된다.”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이 갑자기 벌레로 변한다는 이 유명한 소설은 사실, ‘인간’이 ‘벌레’로 탈바꿈하는 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 아닌 흉측한 무언가’로 변하는 것을 의도한 것이다. 사람도 아니고, 완전한 동물도 아닌 그런 이상한 존재. 인간으로서 숨은 붙어 있지만,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미지의 존재로 말이다. 벌레로 변한 잠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 어떤 취급을 받으며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작품을 통해 카프카는 독자들에게 우리의 현대성에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쓸모


최근 '청년 고독사'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취업 실패, 사회 부적응 등으로 인해 작은 단칸방에 고립되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맞이하는 2030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더 나은 삶, 인간다운 삶을 갈망하고 꿈꾸지만,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홀로 스스로의 목숨을 포기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다운 삶이란 뭘까.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 사회 필요 구성원으로서의 삶? 그저 '내'가 '나'인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엔, 세상은 냉혹하게도 개인의 존재 자체는 무시해버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부품'으로서의 인간만을 바라본다. 많은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 누구도 바라봐주지 않는 공간에 자신의 가치와 쓸모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외에도 우리 주위에서 벌레로 변해버린 ‘잠자’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노숙자, 치매 걸린 노인, 경제력을 상실한 가장,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잃어버린 사람들. 개인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에 부합되지 않으면, 한 순간 사회에서 낙오되어 개인의 존엄을 훼손당한다. 마치 개인의 경제력이 곧 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개인은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해내기 위해,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사회는 그 체제에 맞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자들을 낙오자로 낙인찍는다. 사회는 계속해서 낙오자를 양산하고, 사회 구성원들은 마치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양, '낙오자'의 존재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가 정해 놓은 암묵적인 틀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야 하는 인간 군상의 한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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