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 안톤 체호프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남녀의 ‘불륜’을 소재로 한다. 마흔을 바라보는 은행원 드미트리 구로프와, 20살을 갓 넘긴 안나 세르게예브나는 휴양지 얄타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휴양지에서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그들은 헤어지게 되지만, 각자의 결혼 생활에 불만을 품고 있던 구로프와 안나는 서로를 잊지 못하고 다시 만나게 된다. 여자를 ‘싸구려 종자’라고 부르면서도, 여자 없이 하루도 살지 못한다는, 바람둥이 구로프는 그동안 많은 여자들을 만나왔지만 그 누구에게도 진정한 사랑은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안나에게만은 특별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은 타인의 눈을 피해, 그들만의 은밀하고도 멋진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로 한다. 하지만 그 끝은 멀고도 멀어, 새로운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현대적인 단편 소설의 전범을 만든 작가, 안톤 체호프. 그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 묻어있는 애환과 시련, 삶의 고난, 안타까운 사랑,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의 혼란 등을 작품 속에 담백하게 그려 냈다. 체호프의 작품은 간결한 함축과 상징적인 암시가 두드러지는데,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삶의 다양성과 진실을 성찰하게 한다. 그는 “만약 1장에 ‘벽에 권총이 걸려 있다’고 하면, 그 권총은 반드시 2장이나 3장에서 발사되어야 한다.”라는 유명한 단편소설의 법칙을 남겼다. 즉,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그 세계 안에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는 작품 속에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리는데, 그들은 악인도, 선인도 아닌 그저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거짓과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공적인 삶 속에서, 남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사랑의 관계를 이어가야만 하는 구로프와 안나. 책은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그에 따르는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체호프는 구로프의 입을 통해 인간에게는 “두 가지 삶”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누구든 원하면 볼 수 있고, 주위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공적인 삶이며, 다른 하나는 아무도 모르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삶, 진실하고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되는 진짜 삶이다. 그는 말한다. 누구나 밤의 장막 같은 비밀 아래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은밀한 생활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타인의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하면, 섣불리 그에 대한 경멸을 느끼곤 한다. 무심하고 이기적인 태도로 그 사람의 비 도덕성을 쉽게 비판하고, 이중성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민다. 마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처럼, 앞뒤가 다르지 않다는 것처럼, 내로남불은 극혐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인간은 사회라는 극장 속에서 연극을 펼치는 배우이자 작가이자 감독이다. 복잡한 관계들로 구성된 우리 삶에는 온갖 모순과 아이러니가 존재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 온갖 부정이 끼어 있기 마련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이 만들어 낸 불온한 것들. ‘도덕적 상식’의 선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끝까지 비밀로 지켜내야만 하는 잡다한 생각들.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의 혼란들. 우리 모두는 두 가지 삶을 가지고 있고, 그 속을 파헤쳐보면, 정작 누군가를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남에겐 미처 말하지 못한 비밀스러운 탈출구 하나씩은 있을 테니까. 구로프와 안나의 관계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고 욕하고 싶지도 않다. 범죄와 관련된 일이 아닌 이상,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단면적으로 평가하고 욕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모두 자신만의 공간에서, 각자의 판단 하에 살아가고 있는 중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