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왔다가는 턴 수가 조금씩 늘고 그 양적인 것을 채우는 내용도 근사해지거나 다정해지거나 귀여워지고 있다, 나날이.
세 살 아이의 생각이 궁금한 나는 다 큰 어른인 나도 내리기 어려운 어떤 개념들의 정의를 자꾸 묻는다. 또 그럴라치면 제법 근사하게 대답해 준다.
결혼이 뭐야?
둘이 하는 거.
우와, 그러네. 본질에 그 어떤 것도 더하거나 빼지 않은 정말 정확한 정의에 조금 놀랐다.
한참 전부터 하루를 마치고 함께 앉아 오늘 뭘 했는지 그림일기를 쓰자고 사둔 연습장을 드디어 오늘 펼치며 여기에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 대략 '일기'의 개념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맨 앞장에 이름과 함께 뭐라고 적어둘까 물었더니
내일 또 쓰는 거-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두고두고 들춰보고 싶은 말들이다. 세 살의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