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을 다 끄고 서로를 마주 보고 누워 잠이 들 때까지 뒤굴뒤굴 그리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어둡지만 아이의 눈빛을 볼 수 있다. 깊은 곳에서 무언가 반짝, 빛나고 있다. 뭘 먹고살아야 할지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왜 사는지 모든 게 갑자기 끝나는 건 아닐까 잔잔한 걱정에 늘 잠겨있는 내가 뭍으로 나와 볕을 쬐는 시간. 퍼지는 온기, 웃음소리, 작은 속삭임이 나를 지금 이 작은 행복에 발 붙이게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안을 일은 많아도 안길 일은 거의 없다. 안길 일이 누구보다 더 필요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 정말 힘든 날에는 아이에게 칭얼거린다. 엄마 좋아? 얼마나 좋아? 엄마 좋아, 해줘. 아니, 말로. 더 크게. 엄마 안아줘 봐. 사랑한다고 해줘. 토닥토닥해줘 봐, 아니 이렇게 여기를 말이야. 아주 바짝 엎드려 절을 받는다. 효과는 좋다, 늘. 작은 별 같은 손이 등을 쓰다듬어주면 어깨를 감싸주면 작고 가는 목소리가 사랑한다고 해주면,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지 몰라서 어찌해야 할지도 몰랐던 내가 싹 다 낫는다. 잘못된 선택, 후회, 상처마저 지금 이 순간을 만나게 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면 모두 그럴만했지-하며 나를 용서하게 된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포옹.
사랑에 닿은 이 순간, 내가 나중에 세상을 떠날 때, 그 직전에 마지막으로 지금 이 장면이 떠올리겠다고, 그러겠다고 나는 막 지금 정했다.
내가 아이를 재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재워주는 걸
내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키우는 걸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응, 정말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