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저 넘나들면 되는 거지.

안녕하세요.모로코에서 온 방낙타입니다.

by 지민

한 그림을 멀리 두고 이를 향해 지치지 않고 달려가는 건 물리적인 에너지 외에 밀도 높은 무엇인가가 필요해요. 지금과 그 그림 사이 간극이 백 년이라면 그 사이를 걸어가는 이들을 추켜세울만하죠. 동행인 환갑잔치 전에는 완성된다니까 완성된 그림을 보러 다시 와야겠어요. 자신의 시간을 초월한 사람! 멋있는 사람 가우디!


가만히 서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사그리다 파밀리아의 지난시간을 상상해봤어요. 1882년. 1883년.. 1884년... 천천히 옛날 렌즈가 씌워지는 게 우린 지금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구불구불한 짧은 파마머리를 하고 우리가 본 세상을 점으로 나눠 0과 1로 저장하는 카메라를 들고 있지만, 1882년 모든 것이 나지막한 조선에서 흰 저고리를 입고 붓과 종이를 넣은 봇짐을 메고 이 곳 사람들만큼이나 크고 뾰족한 건물을 보고 놀란 가슴을 도닥이며 이 생경하지만 진기한 광경을 내 어버이 내 동무들에게도 전해주기 위해 봇짐을 풀어 붓과 벼루를 꺼내고 먹을 갈아 동그라미와 선으로 남기려 자리를 찾는. 그렇게 총기 어린 조선의 봇짐여행자의 마음가짐을 살피다가, 아 그때는 이 성당도 나지막했겠지. 하고는 off.

스크린샷 2015-06-26 오후 11.28.04.png 이자리가 먹을 갈기 딱 좋겠군.

가우디는 자신의 영감이 바르셀로나의 얼굴이 될 거라 알고 있었을까요. 그저 좋아서 시간을 따라 가다 보니 경지에 이른 거라고, 건축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영감을 쏟는데 이 도시, 이 세상을 매개로 했다고 생각하고 마음껏 감탄해보렵니다.


또 한 움큼의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한 번 이곳에 서서 우리가 쏜 화살을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