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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Nov 09. 2015

졸업한 학교 곁에서 서점을 한다는 건

매일 현실만 살던 내가 현재에서도 사는 것.

6년 만에 졸업한 학교에 4년 만에 서점 주인이라는 신분을 달고 돌아와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졸업한 학교 곁에서 서점을 한다는 것은


입사 예정자의 신분이 되어 남들보다 긴 시간 다닌 학교를 드디어 졸업한답시고 부지런한 몇몇 남자 동기들과 야무진 여자 후배들과 신명 나게 학사모를 던질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4년 만에 돌아와 서점 주인이 될지.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덜 신명 나게 덜 높이 학사모를 던지라고 내 귓가에 속삭여주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상큼하고 파릇한 숫자 5를 달고 시트콤 논스톱색일 거라 기대되는 세계로 입장할 때에도 미처 알지 못했다. 나의 현재가 대과거가 되는 저 먼 미래에 오래된 사람이 되어 서점 셔터를 올리게 될지.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차피 나의 인생에는 퇴사의 운명이 점지되어 있으니 더 신명 나게 수업을 제끼라고 그리고 절대 Campus Comedian이 되어선 안된다고 내 귓가에 속삭여주고 싶다.


아무렇지 않은 매우 일상적인 순간에 학교와 그 주변을 걷다 보면 돌부리에 발이 차이는 것처럼 뭔가 툭 걸리는 멈칫의 순간이 오는데, 그건 마치 타임캡슐에 알맞을 항아리에 대과거의 내가 넣어둔 장면들이 불쑥 올라오는 기분이다.


그렇게 마들렌 없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추억을 파는 시간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


졸업한 학교 곁에서 서점을 한다는 건

매일 현실만 살던 내가 현재에서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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