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게 되었지 뭐예요. 통영_2

@통영

by 지민

사랑하게 되었지 뭐예요. 통영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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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부터 막걸리 한 병을 사이좋게 나누어마신 이자벨과 나의 동행인은 진지하고 재미없는 수학여행 둘째 날 일정에 끼어있을 법한 이순신공원으로 향합니다.

이 작지만 예감 좋은 도시를 보러 온 건 우리뿐만이 아니었기에, 올망졸망 비잡은 도로는 차로 가득했어요. 그렇게 복작복작한 읍내 같은 곳을 지나 찾아가는 공원이라니. 평범의 공원이겠거니 하는 평범한 마음일 수밖에요. 그러나 혈관같이 올망졸망한 길에서 갑작스레 시원한 광경이 펼쳐지더니, 마냥 가로인 바다와 마냥 직진인 부둣가 그 사이사이에 오래된 것들이 가득 스며있었어요.

스크린샷 2016-01-12 오후 10.54.49.png 키야! 콧구멍이 시원허다!
스크린샷 2016-01-12 오후 10.55.27.png 멋짐이 줄줄 흐르는 서체의 '멸' '치'
스크린샷 2016-01-12 오후 10.47.49.png 날아라 멸!치!
스크린샷 2016-01-12 오후 10.48.50.png 응답하라! 언제든지!
FullSizeRender 3.jpg 여도 듸젤. 저도 듸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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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된 사람도, 바다 동네 사람도 아닌데 기억 속 익숙한 것을 오랜만에 꺼낸 듯 둘은 연신 옛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감탄사를 뱉어댔어요. 경험하지 않고도 그리워할 수 있는 어떤 그림이 한국사람들의 마음에는 심어져 있나 봐요. 그 아득한 마음을 조금씩 쌓던 그들에게 라스트 팡! 이 터지고 맙니다. 핫하고 젊은 홍대의 요즘 솜사탕이 아닌 달성공원 앞 오도바이에 매여있어 할아버지한테 졸라 얻은 어릴 적 솜사탕이 공원 입구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거든요. 흐르는 옛날 건물 폰트, 듸젤, 공업소에 젖어있던 그녀들은 홀리듯 솜사탕을 집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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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하늘로 빨려 들어가거나, 곧 아래로 뚝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일법한 길을 솜사탕을 들고 올라갔어요. 여기까지만 해도 이순신공원은 쉽게 그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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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덜컥! 드넓은 공원과 바다를 보여주는 게 아니겠어요. 슬금슬금 그 모습을 보여줘도 감탄감탄을 멈출 수 없을 텐데. 무방비상태에서 또 마음을 빼앗겨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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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공원 좋아해요. 좋아한다고요. 그런데 공원이라는 말로 이곳을 정의하기에는 부족해요. 공원보다 좀 더 드넓고 아름답고 상쾌하며 멋진 단어가 필요해요. 정 없다면야, 앞으로 공원으로 정의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드넓고 아름답고 상쾌하며 멋진 곳을 '이순신공원'으로 칭해야겠어요.


스크린샷 2016-01-21 오전 12.09.58.png 장군! 하늘마저 가르시는군요!


스크린샷 2016-01-21 오전 12.10.12.png 캬! 정말 이곳 광경은 이순신공원틱하군요!

바다와 하늘. 이 둘말고 눈에 뵈는 게 없는 우리는 넓은 풀밭에 누웠습니다. 어디서 주워들은 쯔쯔가무시병을 떠올리는 우리의 머리는 이미 드러누운 몸과 함께일 수 없었지요. 이 모두가 바다, 그리고 하늘뿐인 이순신공원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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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누워 통영 바람을 실컷 마셨어요. 둘은 음악을 나눠 들으며 한껏 허세를 떨기도, 경쟁하듯 또 한번 이 작은 도시를 찬양하는 것으로 이순신공원을 즐겼어요.


큰일입니다.

계획이 없어 아무렇게나 찍은 이순신공원마저 이모양입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도시입니다. 이게 무슨 과장이며 오버냐 하시겠지만, 이모양입니다. 통영은.


사랑하게 되었지 뭡니까.

반나절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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