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게 되었지 뭐예요. 통영_1

@통영

by 지민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는 콘도 신청이라면 일단 도전하고 보는 이가 있습니다.

계획이나 동행은 중요치 않습니다.

당첨되는 순간 떠나는 순간 만들면 양반. 없어도 되는 게 계획 그리고 동행이니까요.

한글날 연휴, 통영 어느 콘도에 당첨되어 그 날을 이틀 앞둔 어느 저녁 단촐한 통보를 홀랑 던지는 그녀는 나의 동행인과 죽이 잘 맞는 수원시민 이자벨입니다.

'연휴 그리고 붙은 며칠. 나는 통영에 간다. 올 테면 오너라. 네가 되는 시간만 놀다 가니라.'

그렇게 우리는 수원시민 이자벨과 통영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대구에서 살아온 동행인은 이상하게 경상남도에 가본 기억이 많지 않답니다. 거리는 중요한 게 아닌가 봐요. 통영도 이번이 처음이라 했습니다. 떡국을 30그릇이나 먹어치운 아래 지방 사람이 말이죠. 주워들은 굴, 충무김밥, 어느 책방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이자벨이랑 회나 굴이나 먹고 올 마음가짐이었죠. 우리는.


아는 것이 없던 우리가 처음 만난 정보는 2시간 40분 동안 시외버스를 타야만 통영에 도달할 수 있다는 듣기만 해도 축 늘어지는 사실이었습니다. 2시간 40분이라니. 꼬리뼈가 뭉그러지겠죠. 먼저 통영에서 섬 구경 중인 이자벨과의 약속 시간에 2시간 40분을 거꾸로 돌린 시간이 적힌 티켓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1시간 40분 뒤 우리는 통영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3시간이라 겁을 줘놓고는 2시간 만에 우리 앞에 나타난 통영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 떡하니 맥도날드를 앞세워 놓은 통영이 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우리는 급할 것이 없는 우리는 따뜻하고 온화한 남해에 온 기념으로 한껏 여유를 부렸어요. 이미 목적지가 정해져있어 볼 필요가 없는 관광안내도를 살피기도, 우리를 약속 장소로 데려다 줄 버스를 일부러 놓치기도 하면서 말이죠.


이자벨을 만나기로 한 '서호시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200번 버스를 탔습니다. 6킬로 남짓한 거리에서 우리가 본 것은 다양했습니다. 동행인이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과서에서 보여주던 전형적인 '양옥'이 왠지 200번 버스 바깥으로 많이 보인다며 무척 좋아했습니다. 멀리 그리고 가까이 언덕 위 집들이 많은 것도 마음에 든다 했습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바다라고는 절대 나올 수 없을 모양으로 세상 끝까지 뻗은듯한 포장도로, 그 위로 넘치는 차들도 이상하게 마음에 든다 했습니다. 도시 전체적으로 흐르는 희한한 색감도 마음에 든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통영이 가진 것을 바늘구멍만큼 봤을 때부터 동행인은 빠진 게 아닌가 싶네요.


우리를 만난 이자벨은 막 혼자 다녀온 어느 섬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눈이 반짝반짝해서는 멈추지 않고 자랑을 늘어놓더니 그사이 통영 지역전문가가 된 양 아주 능숙하게 우리를 안내하더란 말입니다. 그렇게 이자벨을 따라 어느 시장 모퉁이를 지나자 거짓말처럼 작은 바닷가가 나타났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거든요. 나도 동행인도. 우와우와하며 야단스러운 반응을 보였어요. 통영은 바닷바람도 마음에 들었어요. 끈적하거나 짠 바다내음이 없이 콧구멍이 시원한 게 아주 상쾌했죠.


한참을 우와우와하던 우리는 하루 외박으로 우리나라를 여행 다니는 이들이 티비에서 맛보았다는 어느 식당에 들어가 굴 요리 그리고 막걸리를 맛보았어요. 그것도 41번 대기표를 받아 들고 30분이나 기다리는 평소 우리의 여행과는 다른 경험을 지나서요!


사실 동행이라고는 낙타 인형뿐인 여행이 익숙한 동행인은 여행이라면 맛있는 음식에 대해 별 기대도 신경도 쓰지 않아요. 하지만 통통한 굴 그리고 의젓한 막걸리는 동행인의 마음을 그리고 통영에 대한 호감을 배 이상 증폭시켰죠. 작은 바다에도 호들갑으로 반응하더니 동행인은 이제 쉬지 않고 통영을 찬양하기 시작했어요.


찬양하라 굴요리! 숭배하라 막걸리!

통통해진 배를 두드리며 이자벨과 동행인은 지도를 펼쳐 들었어요. 계획이 없던 이들은 무작정 눈에 꽂히는 이순신공원에 찾아가기로 합니다.


이순신공원이라. 사실 동행인은 이름을 듣고 입꼬리를 한껏 미간을 한껏 찡그렸어요. 이순신공원이라니. 이순신공원이래요. 어감이 그렇잖아요. 이순신 공원이래요. 네. 그래서 나도 입꼬리를 미간을 찡그렸어요. 뭐 배가 불러서 걷기도 좀 해야겠고, 사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도 없으니 일단 그곳으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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