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하다. 나도 데려가 달라.

@camino de santiago

by 지민
스크린샷 2015-09-18 오전 12.28.39.png 섭하다! 나도 데려가다오!


모두들 저에게 팔자 좋은 낙타라고, 모로코 낙타 중 가장 출세했다고들 하지만 제가 모든 여행에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가을 동행인은 대책 없이 사표를 던지더니 이틀을 내내 누워있더니 난데없이 무엇인가를 예약하더니 짐을 챙깁디다. 그러더니 나는 안된답니다. 짐을 모두 들고 다녀야 해서 가벼워야 한답니다. 언제는 끌고 다녔냐 했더니 하루 종일 짐을 몽땅 이고 걸어야 한답니다. 내가 얼마나 한다고! 그래 얼마나 가볍게 가는지 보자 했더니 빈털로 가는가 3.8kg의 배낭을 꾸리고야 말았습니다.


스크린샷 2015-09-18 오전 12.15.14.png 40일 걷는데 3.8kg도 무겁다며 나를 버린 독한 동행인.


그래, 어딜 가느냐 했더니 스페인 북쪽을 걷는다 했습니다. 순례길이라 알려진 그곳에 아무도 믿지 않는 이가 왜 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동행인은 나를 두고 갔습니다. 질투로 배가 아플 만큼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더군요. 게다가 중간 어느 도시에서 나의 역할을 할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아왔습니다.


스크린샷 2015-09-18 오전 12.20.32.png 중간 어느 대도시에서 햄버거와 함께 만났다는 요시놈


저는 그저 사진으로만 그 여정을 상상할 수밖에요. 길 위에 있는 많은 마을 중 가장 마음에 든다는 아스트로가에서 잠시라도 살아보겠다고 가끔 노래노래를 지어 부르는 동행인을 믿고 있습니다. 이러다 덜컥 정말 아스트로가에 갈 거라고. 그때는 나를 데려가겠죠. 그때를 위해 살을 좀 빼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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