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우린 종교가 없지만 보이는 족족 성당이나 사원에 들어가 앉아있는 걸 좋아해요. 향을 피우다든가 촛불을 켜는 것 같은 각자 장소에 딸려 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앉아있죠. 구부정하게 등에 힘을 빼고 넋도 내려놓은 채로. 또 가끔은 그곳을 찾아온 다른 이들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사실은 눈을 감은 것과 다르지 않은 멍한 상태로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요.
아무도 없으면 없는 대로, 기도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또 있는 대로. 고요함 속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기도하는 조용한 이의 뒷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 편해지는 일로 치자면 세상 어느 일에도 지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빈에서는 촛불을 놓고 기도를 하질 않나 거기다 생전 관심도 없는 로또를 하지 않나. 회사원의 자세로 아마 무엇인가를 간절하게 바라거나 무엇인가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품었던 모양인가 봅니다.
웃긴건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할 방법도 모르고 샀다는 거예요. 어쩌면 우리가 오스트리아 2012년 8월 마지막 주 로또 1등 당첨번호를 정확하게 예측했으나 모르고 넘어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