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사방 해바라기 밭인 사방천지 허허벌판인 슬로바키아가 조금씩 눈에 익을 때쯤 회사에서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며 호들갑을 떠는 동행인은 조수석에 나를 태우고는 급하게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차를 타고 다른 나라라니. 아담한 반도에서 나고 자란 동행인은 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떴더군요. 분명히요.
그렇게 서울에서 지방 가듯 했지만, 그래도 도착한 건 부다페스트인데. 세상에. 부다페스트인데! '동'이라는 한 글자가 부여하는 낯선 낭만으로 가득한 동유럽의 여행지로 알고있던 도시에서 해결과 보고에 최적화된 마음가짐을 해야 했던 우리는 헝가리 음식이지만 한국 음식이기도 하며 세계 음식이기도 한 햄버거와 파스타로 식사를 하고 유명하다는 어떤 건물들을 퇴근길에 그리고 출근길에 잠깐잠깐 보는 것으로 본의 아니게 부다페스트를 아주 평범하게 대하고 있었어요.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는 도시에게 취하는 태도라는 게 애초에 넘치게 갖고 있어 있는지도 좋은 지도 모를 만큼 익숙한 것을 대하는 그것이었죠. 사실 그 기분이 썩 괜찮았어요. 생활하는 이의 마음으로 대하는 부다페스트의 낯선 광경들.
그렇게 우리는 틈 사이로 잠깐씩 부다페스트를 보았는데 우리가 봐주는 시간의 길이는 전혀 중요치 않다는 듯 새벽 같은 아침이나 사소한 낮이나 어두운 밤이나 멋들어진 면모를 뽐냈어요. 어느 하나 버릴 시간이 없는 도시. 분위기고 아우라고 멋있는 건 다 철철 넘치는 도시.
좀 더 길게 머물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건 당연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