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출장 따라갑니다.

@슬로바키아

by 지민


2012-09-28 12.11.36.jpg

난데없이 출장을 간다 했습니다. 한 계절을 나기 위한 짐 더미 맨위로 나를 챙겼습니다. 하다하다 이제 출장까지 따라가요. 그래도 동유럽이라니! 소문으로만 듣던 그 동유럽에서 한 계절을 머무른다니! 어감도 낯선 보더레디 갈란타 슬로바키아라니!

376672_509618549055659_803510897_n.jpg 첫날부터 이게뭐냐! 여기도 덥잖냐! 습하잖냐!

늦여름이라 그런지 도착하고 나서 처음 하루 이틀은 덥기도 약간 습하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이내 한국과는 조금 다른 높고 맑고 상쾌함이 최상급인 가을 날씨가 따라왔어요.

2012-08-10 20.20.42.jpg 우린 저 큰 저택의 창문 한 칸을 차지할 뿐

어딜 보나 결국 눈이 막히는 한국과 달리 그곳에선 어디서든 먼곳을 보고 있자면 결국 하늘과 땅이 만나는 긴 선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우린 그림 속을 지냈어요. 넓은 저택 옆으로 펼쳐진 더 넓은 풀밭(물론 넓은 저택에서 우리는 단지 방 한 칸을 차지한 객의 신분일 뿐), 거대한 레이스 철문이 열리는 입구를 지나면 뒤뜰엔 호두나무가 있고 집 앞엔 낮잠을 자거나 저녁에 별을 보기 좋은 나지막한 언덕까지 있죠. 정확한 시대와 장소는 불분명하지만 분명 있을 톰 소여나 빨간 머리 앤의 세상이에요.

2012-09-25 15.11.57.jpg
2012-09-25 15.12.15.jpg

탐험하는 기분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슬로바키아는 놀이터 같은 곳이었죠. 다닥다닥 붙어 빛도 공기도 불어 다닐 틈 없는 어느 복잡한 회로에 살던 우리는 결국 땅과 하늘인 도화지 같은 곳에서 고삐가 풀려놓으니 그제야 아, 우리가 실은 지구에 발을 붙이고 있었구나.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뭉클한 마음을 가졌어요.

2012-10-06 18.11.19.jpg
2012-10-06 18.11.37.jpg
2012-10-09 17.11.25.jpg
2012-10-09 17.11.36.jpg

이곳 사람들을 열기구를 그렇게들 타더라고요. 퇴근길 하늘과 땅의 경계로 빨려 들어가듯 차를 몰고 가다 어디선가 큰 풍선이 보이면 무작정 그 방향으로 향했어요. 마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땅이 닿아 힘없이 꺼져가는 큰 풍선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과 중 하나였죠. (지나고 이렇게 글로 남겨놓으니 정말 의미도 재미도 없기가 최고네요.)

2012-10-09 17.24.45.jpg
2012-10-20 17.35.55.jpg

하다하다 출장까지 따라갔어요. 그래도 땅도 하늘도 실컷 보고 시간이 하늘을 따라 움직이는걸 계절이 지나는걸 눈으로 살갗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는 가장 (무엇인가와) 가까운 시간이었죠.

매거진의 이전글황당해서 당황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