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1. 소문만 들었습니다. 가려던게 아닌데 떠돌다 보니 어느 순간 정육점 불빛의 거리가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유리창 안 예쁘고 늘씬한 언니들이 손을 흔들어 줬어요. 어쩌다 보니 우리는 홍등가를 지나게 되었죠.
2.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손발도 현금도 카드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미리 숙소와 약속을 할 필요가 없죠. 여지껏 그래 왔으니까요! 그러나 ‘금요일 저녁’, ‘온 유럽인의 놀이터 암스테르담’이라는 조건이라니 좀 달라지더군요. 문제는 달라진 상황을 이미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늦은 오후에 깨달았다는 거예요. 너희가 잘 곳은 없어. 없어. 없어. 초유의 사태에 우리는 많이 당황했습니다. 초저녁이 되어서야 누군가가 됐어, 이 정도면 많이 반성했겠지 싶었는지 끝장 전에서 멈췄어요. 역시 모험을 좋아하지만 겁이 많은 모순덩어리, 우리는 쫄보들이에요. 그렇게 최고의 금액으로 최악의 조건을 제시하는 숙소에 우리의 하루를 맡겼어요.
3. 우리는 슈퍼에서 얼추 초콜릿 우유 행색을 한 종이팩을 골라집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않더란 말입니다. 요리조리 살펴도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만 종이팩에 그려져 있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고른 건 초콜릿 우유인데 이게 초콜릿 우유가 맞는지 좀 봐줄래?라고 동행인보다 머리 세 개는 더 큰 점원에게 말을 걸었어요. 나는 영어를 이해할 수 없는데 우리나라에 와서 영어로 물어보면 내가 이해하는지 마는지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눈빛으로 우리를 쏘아보던 그녀는(정말입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알 수 없는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어요. 배틀인가 했어요. 초콜릿 밀크는 만국 공통어가 아니던가요. 그녀의 확인 없이 도박하는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당장 우유팩을 열고 한입 크게 들이키고는 전에 맛보지 못한 엄청나게 끈적끈적한 쵸코물질을 맛봤어요. 아무래도 쿠키나 빵에 넣는 쵸코물질이었나 봐요. 흥.
뭐 이래도 그래도 저래도 암스테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