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긴심었다.
준비작업을 벗어나 진짜 밭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던 우리는 해산한지 10시간 만에 다시 모였다. 모종과 씨앗을 사기 위해서 어디를 가야 하나 싶었는데 농약사와 종묘사가 있었다. 주말농장을 만난 덕분에 난생처음 농약사와 종묘사를 찾아보았다. 지나고 보니 사실은 동네 시장에서도 꽃집에서도 팔더라. 몇 년을 그냥 지나 댕겼는데 야매 농부의 눈을 장착하고 나니까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평소 일요일 시계로는 이른 시간, 농장 주위 농약사를 찾았다. 농장 분위기를 물씬 흘리고 다니시는 어른들이 와글와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니 마치 나도 농부가 된 기분이 신선하다. 들어가서 당당하게 가지 모종 주세요. 했는데 이제 와서 가지 모종을 찾으면 우야노.라고 들었다. 다 들어갔지. 다 들어갔지.
초보 아닌 척하려고 과다하게 어깨를 펴고 입장했던 우리는 바로 쭈구리가 되어 제발 아무거나 남은 거라도 주세요. 라며 모종을 구걸했다. 그렇게 시지 농약사의 마지막 모종을 싹싹 긁어온 것이 방울토마토 모종 여섯 포기. 계획이고 텃밭 디자인이고 그렇게 쭈구리가 된 우리는 그 자리에서 씨앗까지 내키는 대로 고르기 시작했다. 씨앗 포장지의 첫인상에 따라 너, 너, 너. 하며 내키는 케일, 상추, 부추 씨앗을 골랐다. 가지 1은 부추전을 해 먹겠다는 야무진 꿈과 함께 부추 씨앗을 불렀다. 진짜 야무진 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농약사 바닥에 떨어진 호박씨를 하나까지. 영영 만나지 못할 가지 모종을 걱정하며 첫 농약사 방문을 마무리했다.
땅과 가까이 앉아 머리 위에는 햇빛만 두고 얇은 플라스틱 포대기에서 어떤 기대를 안고 성장의 시간을 보냈을 어린 식물을 흙에 풀어주었다. 알차고 푸른 것을 품고 있는 지금은 콩알보다 더 작은 우주들도 흙에 뿌렸다. 언제 내가 이 지구에 땅에 뭔가를 더하는 일을 해본 적이 있던가. 아주 오래전 나를 거슬러 올라가면 있을법한 시작의 누군가가 살았던 시간을 날것으로 숨 쉬는 기분이 들었다.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래서 아는 것이 없던 우리. 모두 끝내고 돌아보니 걱정과 불안이 오르기 시작했다. 모종에게 씨앗에게 생명을 주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가볍고 즐겁게 생각할 일이 아니네.라는 늦은 생각이 밀려왔다. 마음이 지구만큼 무겁다. 잘 심었겠지라는 마음과 더 공부하고 올 걸 하는 마음을 뒤죽박죽 섞으며 오늘의 작업은 끝.
201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