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만 해도 벌써 맛이 간다.
주말농장을 결심한 애송이들에게 드디어 첫 주말이 다가왔다. 얼마나 주말과 농장을 기다렸던지 차마 버선발로 나가지 못하는 우리는 대신 맨몸으로 주말과 농장을 만났다. (아무 준비 없이 몸만 덜렁 갔다는 말을 미화해보았다.)
어린이날 이장님께 주워들은 몇 가지 이야기로 정한 오늘의 할 일은 명확했다.
땅 고르기 : 비료를 뿌린 뒤 삽과 몇몇 농기구를 이용해 땅을 뒤적뒤적
그러나 비료를 뿌리고 땅을 뒤적이라는 조언을 잊고 다짜고짜 삽질부터 시작한 우리는 기운을 주고 고생을 샀다. 그리고 맛이 갔다.
이랑 만들기
두둑은 작물의 자리, 고랑은 물이 빠지는 곳 그리고 우리가 다니는 통로. 이 두 가지를 함께 이랑이라고 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작물에 따라 두둑의 높이가 달라진다는데 우리는 주로 가지가지라 가지가지에 알맞은 높은 두둑이 필요했다.
작물에 따른 밭 형태 디자인
은 무슨. 두둑을 두둑하게 조성하고 맛이 간 우리에게는 밭 노동에 필요한 막걸리는커녕 물도 한 컵 없었다. 작물이고 계획이고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우리는 급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우리 손으로 키운 건강한 채소를 먹는 어른이 되어보자던 우리는 준비 없이 만난 노동에 주제의식을 잃고 잊은 채 피자와 파스타와 탄산음료를 찾아갔다. 이들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마음에 힘입어 우리는 아래와 같은 밭 조성 계획을 세웠다.
씨 뿌리고 물 주고 수확하는 재미 이전에 이런 두둑한 준비과정이 있었다니. 생각에도 없던 소 한 마리를 위시리스트에 넣겠다는 농담을 진지하게 던지며 누군가가 힘들게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씨를 뿌려 수확했을 여러 채소로 만든 샐러드 파스타를 싹싹 긁어먹었다.
어찌 됐건 오늘의 작업 끝.
201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