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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난인형 Jul 12. 2019

별똥별에 얽힌 추억

추억속으로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어본 적이 있다. 강원도 양구군 촌에서 도청소재지인 춘천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더위를 식힐 겸 대청마루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깜깜했던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며 주위가 환해졌다. 예기치 못한 행운의 순간,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어른들 말씀이 생각났다. 순간 고민을 했다. 

나름 상위권 아이들이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 합격을 빌어야 하나, 좋은 남편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어야 하나‘

그래도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인데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내가 원하는 배필을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촌에 살던 어린 시절 우리 마을에는 농사꾼과 군인밖에 없었다. 농사꾼의 아이인 나와 군인의 아이인 친구의 삶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나무 연필도 아껴 써야 하는 나와 다르게 친구는 예쁜 샤프 연필을 사용했고, 김치와 장아찌뿐인 보통의 도시락과 달리 친구는 멸치, 햄, 달걀 등 매일같이 형형색색의 식욕 돋는 반찬을 싸 왔다. 가끔 부침개를 부쳐 먹던 동네에서 빵을 구워 먹기도 했고, 평상복과 학교 갈 때 입는 옷 구분 없이 후줄근하게 입던 친구들과 달리 학교 갈 때 입는 깔끔한 옷이 몇 벌이나 따로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종이 인형값도 부담스러워 그려서 놀았던 나와 다르게 날씬한 몸매에 공주 옷을 입은 관절이 꺾이는 인형을 가지고 놀던 친구 모습이었다.      

특별한 정기적인 수입 없이 매일 쪼들리던 우리 집을 보며 생각했다. '난 커서 절대로 농사짓는 사람한테는 시집 안 갈 테야. 반드시 샐러리맨하고 결혼해서 또박또박 들어오는 월급 받고 살아야지!‘     


후에 별똥별을 보며 빈 소원이 이루어진 걸까? 지금은 매달 20일이면 어김없이 통장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원하던 남편을 만나 딸 셋 낳고 아웅다웅 살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딱 봉급쟁이로만 소원이 이루어졌다.    

  

오 남매 가운데 셋째로 태어나 있는지 없는지 순둥순둥 커온 나와 달리 외아들에 막내라 오냐오냐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자란 남편,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성격의 나와 불같은 성격의 남편, 털털하고 덜렁대는 나와 꼼꼼하고 답답한 남편, 닭고기 못 먹는 나와 돼지고기 못 먹는 남편, 하루라도 안 나가면 몸살 나는 나와 달리 움직이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남편.  다음에 별똥별을 만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빌어야겠다. 


“이런 남편을 만나게 해주세요. 

인품은 훌륭하고 

성격은 쾌활하고 

키는 훤칠하고 

매사에 부지런하고 

식성 까다롭지 않고 

외아들 아닌 남편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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