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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난인형 Oct 24. 2020

과한 사랑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 앞에 초밥 트럭 왔는데 사갈까?”

퇴근길에 초밥 트럭을 만난 남편이 활어회나 초밥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마누라가 생각이 난 듯했다. 귀가한 남편은 초밥을 식탁에 내려놓더니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들어섰다. 냉장고 문을 열고 두리번거리는 남편을 보니 오늘도 무언가를 만들려는 모양이었다. 

"이따 하고 초밥 먹어."

"초밥 좋아하는 당신이나 많이 드슈"      


남편은 초밥은 뒷전이고 꽁치 통조림에 감자와 양파를 썰어 넣고 파, 마늘, 고추장을 꺼내느라 계속 눈앞에서 분주했다. 그런 남편 앞에서 초밥을 먹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십 개였던 초밥은 어느덧 몇 개 남지 않았다. 젓가락을 놓고 나니 남편은 그제야 완성된 통조림 찌개를 앞에 두고 소주 한 병을 마시기 시작했고 음식을 만들면 남편이 반드시 하는 일은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거 먹어봐. 맛있게 됐어. 아~ 난 요리사를 해야 했는데"

"싫어, 초밥 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불러서 더는 못 먹겠어."

남편은 실망하며 숟가락에 든 감자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아쉬움이 남는지 가져간 감자를 반으로 잘라 다시 내밀었다.

"그럼 이거라도 먹어봐."

"싫어!"

"아 좀 먹어" 

못 이기는 척 먹고는 "맛있네!"

그런데 끝이 아니었다. 

"김치도 먹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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