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1]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응원해요 :)

by 지민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김하나 작가가, 황선우 작가와 함께 살며 그 체험기를 바탕으로 여러 위트있는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 책이다.


우리 사회의 이성애와 결혼에 대한 뿌리깊은 관념은 굉장히 확고하고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2030 여성들이 딱히 비혼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전통적인 결혼관이나 삶의 방식이 과연 반드시 옳은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안 할 거라거나, 혼자 살 거라는 식의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여러 주변인들로부터 가차없는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비혼에 대한 생각이 확고할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새로운 생각에 대한 전통의 반발은 격렬한 것이라서, 이 문제를 조용조용 풀어나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결혼에 대해 다소 열린 입장을 가진 사람으로서, 전통주의자(?)들과의 갭은 좁히기 쉽지 않은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여기, 너무나 재미있고도 훌륭한 방식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작가 김하나, 황선우 작가가 그들이다.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는 둘 다 40대 미혼여성으로, 둘 다 능력있고 멋진 커리어우먼이다. 단지 전통적인 시각에서 볼 때 문제(!)라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들은 그러한 편견을 당당히 극복하고 새로운 ‘분자가족’을 탄생시켜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여자 둘에 고양이 넷이라는 의미의 W2C4) 이들도 한때는 소위 말하는 결혼적령기를 넘기며 불안했던 적도, 잘 풀리지 않는 연애로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자신들이 뭔가 잘못해서라거나 하자가 있어서가 아님을 잘 알고 있고, 둘이 힘을 합쳐 멋진 한강뷰 아파트에 살며 즐거운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각각 두 마리 씩 데려온 반려묘 네 마리와 함께.


사실 지금 서른일곱의 나는 결혼이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건 내가 외롭지 않다거나 혼자로 온전해서는 아니다. 다만, 첫째 사랑할 상대를 만나는 것이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며, 둘째 사랑과 결혼이 동의어가 아니기 때문일 뿐이다.


이 책의 작가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혼자서는 내집마련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이 둘은 같은 문제의식 아래 동거를 시작하게 됐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너무 재미있게 잘 지낸다. 한 사람은 요리를 잘 하고 한 사람은 정리를 잘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운을 북돋워주며.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살면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긴장, 걱정을 해소시켜주는 건 대단한 뭔가가 아니라 사소한 장난, 시시콜콜한 농담,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만 나누는 사이가 아니라 쓸모없고 시시한 말을 서로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를 한 사람쯤은 갖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하루의 긴장을 풀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꼭 ‘남편’이나 ‘아내’가 아니어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걸 이들은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 책에는 주옥같은 부분들이 꽤 많은데, 그 중 굉장히 공감이 갔던 부분이 있다. 황선우 작가는 소위 집안일에는 재능이 없는 커리어우먼으로서, 회사에서는 능력있고 잘 나가는 여성인데, 이를 두고 김하나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황선우가 남자였다면 그에겐 능력 있다는 칭찬이 쏟아지는 사이사이 ‘어서 살림을 돌봐줄 아내를 맞아야지’ ‘남자 혼자 사는 살림이 다 그렇지’ 정도의 타박이 가끔 곁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은연중에 여자에게는 직장에서 일도 잘하고 동시에 집에서 살림도 잘할 것을 요구한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이 이게 뭐니?’라면서. 누구도 그에게 ‘어서 살림을 돌봐줄 남편을 만나야지’라고 충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동시에 잘해내기란 누구에게나 힘든일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뭔들 못하겠냐고 생각해버린다면 문제는 간단하겠지만, ‘결혼’이란 제도 아래, 아름다운 포장 아래 강요받는 여성의 노동에 대해서는 분명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싫든 좋든 알게 모르게 한국 사회에서 성장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주입받은 바가 있다. 웹툰 ‘며느라기’의 작가는 시댁 식구한테 예쁨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애쓰는 시기를 며느라기라고 했다는데,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정말이지 결혼생활에 대해 알아서 '노오력'하는 기질을 어느정도 내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또 그런 걸 불공평하다는 식으로 쉽게 얘기했다가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기 십상인데, 정말이지 회사 일과 집안 일을 동시에 잘해내기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가 택한 삶의 방식은 결혼생활에서 오는 의무감은 배제(공동생활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런 의무도 없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성 역할에서 오는 불평등한 의무는 배제)되고, 누군가와 함께하는 안정감과 유쾌함은 취한 것이니, 나름대로 훌륭한 삶의 방식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동거인’으로서 함께하는 느슨한 삶의 방식이 불안하다 여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게 무슨 가족이냐고 핀잔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심각한 소외문제, 자살문제 등을 생각해보았을 때, 반드시 결혼의 형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살아가며 그 속에서 위안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그러니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 모두가 조금씩 노력할 때 보다 더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결어와 같은 황선의 작가의 다음 말처럼 말이다.


“한 사람의 생애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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