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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한 Jun 29. 2023

The reasons why I love driving

내가 운전을 좋아하는 두 가지 이유

나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차 안은 내 집보다 더 안전감을 준다. 온전한 내 개인공간으로 느껴진다. 내가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던 욕을 하던 아무도 신경 쓰지도, 알지도 못한다. 물론, 차 안에서 대부분 나의 시간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말없이 생각하는 것이라 어차피 남들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할 테지만. 그냥 온전하게 나만 있는 그 시간과 공간이 좋다. 내가 운전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


도로 위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참 비슷하다. 물론 도로 위 자체가 세상의 한 부분이지만, 어떤 한 부분이 전체를 압축시켜 놓은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있다. 내가 운전을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


도로 위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참 비슷한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에 가깝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도, 대화를 하지도 않지만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서로를 배려한다. 어찌 보면 운전은 목숨을 걸고 하는 행위이기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내가 그리는 이상에 가까운, 평화로운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일상 속에서도 목숨만큼이나 각자에게 절실한 것을 가지고 스스로를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라면 더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위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겠지) 서로를 지키며 살아가면 조금 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조그마한 경차부터 고가의 외제차, 커다란 덤프트럭. 그 가운데 나. 외형도 가격도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도로 위의 규칙을 지키며, 서로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그 누구 하나라도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 큰일이 날 수 있다. 이런 사실이 무섭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다. 모두가 공평하게 책임을 가지면 평화로운 세상. (물론.. 사고가 나면 서로 다른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일제히 정지선을 지키며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 말하지 않아도 추월차로에서 길을 비켜주는 모습. 인간들에게 애정을 느낀다. 물론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 추월차로에서 끝까지 길을 비켜주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정말 나쁜 사람들도 있고, 휴대폰을 보거나 옆 사람과 대화를 한다고 잠시 정신 팔려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또 살펴보면, 정말 급한 일이 있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의 사람도 있고, 앞 앞차가 가지 않아서 못 가고 있었던 사람도 있다. 나중에 이런 상황들을 알고 나면 그 사람을 비난하고 미워했던 나를 또 반성하게 된다. 인생도 똑같다. 겉으로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어떤 이유로 그 행동을 하는지 나는 모르니까.


간혹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추월차로를 끝까지 비켜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왜 1차선을 달릴까 생각을 하곤 했다. 안전하게 2차선으로 가지.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한다고, 사실 나도 그랬었다. 그때는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충분히 빨리 달리고 있는데 왜 경적을 울릴까. 정말 난폭하게 운전하네'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2차선으로 가면 됐었고, 가야 했던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사회도 똑같다. 사회에 막 나왔을 때, 아는 것도 없고 그래서 무서울 것도 없을 때, 사회에 먼저 나와있는 사람들이 경적을 울리면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났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틀렸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은 비켜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아니 적어도 왜 경적을 울렸는지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초보운전 차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사람이 되지는 않아야지 생각이 든다. 사회에 막 나온 아이들에게 빵빵거리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나랑 비슷한 시간에 출발한 목적지도 비슷한 차들이 있다. 함께 달리기도 하고 , 서로 경쟁하는 듯 앞을 달리다 뒤를 달리다 하기도 한다. 그러다 혼자 속력을 내서 쌩 가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웃기게도 결국 또 만나게 된다. '뭐야 그렇게 쌩 가버리다니 여기까지밖에 못 왔어?' 생각하게 된다. 혼자 빨리 가버린 차도, 휴게소에 들러 쉬다 온 차도 결국 비슷하게 도착하게 된다.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적어도 모두 도착한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 모두 잘 도착한다. 각자만의 속도가 있고, 중간중간 자기만의 지름길을 통해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엔 대부분 비슷하게 도착한다. 그러니 너무 내 속력을 낼 필요도, 옆에 차가 속력을 내서 달린다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결국엔 잘 도착할 것이고, 잘 도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아무리 익숙한 운전이라도 달리다 보면 가끔 흔들거리고, 미끄러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드는데, 그렇지 않으면 나는 끝이 나겠지. 살면서도 흔들리고, 미끄러질 때 꼭 정신을 번쩍 차리도록 해야겠다. 그럴 때 정신 차리지 않으면 끝이 날 테니까.


물론 도로 위에도 나쁜 운전자들이 있고, 사고도 있지만.. 사람들이 운전할 때만큼만 이라도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평소에도 운전할 때처럼 행복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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