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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한 Jul 06. 2023

세상은 아름다워요

내가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세 가지 이유

나는 말했다. "세상은 아름다워요."

"세상은 아름답지 않아."라고 A는 답했다.


1)

나: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는걸요."

A: "그 사람들이 노력해서 그들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지. 세상 자체는 아름답지 않아."

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서로 공유하며 살잖아요. 그래서 전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껴져요."


2)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아'라는 명제에는 동의할 수 있다. 어찌 됐든 세상이 아름답긴 하다는 의미도 내포하니까. 분명 아름답지 않은 세상의 모습도 있지. 하지만 '내' 세상은 아름답다. '내'가 '내'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데는 그 누구도 틀렸다고 할 수 없을 테니까.


"나는 '내' 세상밖에 살아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 내 세상의 끝자락에서 난 세상이 아름다웠다고 얘기할 거예요. 그리고 아름다운 '내' 세상에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의 아름다운 인생의 지분이 컸다는 사실도 반드시 얘기할 거예요."


3)

솔직히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고, 정말 이 세상이 밉다고 생각한 적도 많다. 물론. 하지만 그때마다 아름다운 세상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이 나를 살리고자 애써주었다. 그래서 살아야지, 그래도 살아야지 다짐했다. 이렇게 세상을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도 살릴 가치가 있는 생명이구나. 소중하구나. 아니, 그렇지 않은 생명이 어딨겠어. 하나의 생명이, 하나의 존재가 이렇게 소중하구나. 다들 살자. 죽지 말고 살자.


"당신도 나처럼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겠죠. 아름다운 세상과 아름답지 않은 세상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아름다운 세상과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비틀비틀 오가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당신이 그래주었듯, 절대 당신이 아름답지 않은 세상으로 떨어지게 두지 않을 거예요."


약속시간이 다 되어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부쩍 따뜻하고 습해진 날씨에 또 날파리들이 스멀스멀 생겨났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조그만 날파리들이 네 마리나 내 주위를 맴돌았다. 평소 같았으면 느린 순발력으로 어떻게든 잡고자 했겠지만, 오늘은 그냥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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