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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herine May 27. 2020

돌봄#11 그전까지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 도마

말 너머의 진실을 알아주시는 하나님

요 20: 19 ○이 날 곧 안식 후 첫날 저녁때에 제자들이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더니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20 이 말씀을 하시고 손과 옆구리를 보이시니 제자들이 주를 보고 기뻐하더라

21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22 이 말씀을 하시고 그들을 향하사 숨을 내쉬며 이르시되 성령을 받으라 

23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사하면 사하여질 것이요 누구의 죄든지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있으리라 하시니라


요한복음 20장, 안식 후 첫날 저녁때에 제자들은 유대인들을 피해 모인 곳의 문을 닫았다. 그런데 예수께서 그 닫힌 문을 통과하여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평강이 있을지어다.' 성경 말씀처럼,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손과 옆구리의 못 자국을 보여주시며 다시 이르셨다. '평강이 있을지어다.' 


그런데, 제자 도마는 부재중이었다. 후에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는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얘기한다.


24 ○열두 제자 중의 하나로서 디두모라 불리는 도마는 예수께서 오셨을 때에 함께 있지 아니한지라 

25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이르되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 하니 도마가 이르되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


'내가, 나도, 그 자국을 보아야, 만져보아야 하겠다. 그렇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이 말을 했던 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도마를 보자마자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았다고, 그 못 자국을 우리 모두 만져봤다고 흥분하여 간증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김유비 목사님은 25절 도마의 고백이 정말 무겁게 느껴진다고 햐셨다.


'하나님, 이거 정말 들어주셔야 합니다. 이거 안 들어주시면 저 더는 못합니다.'

'하나님 저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다른 건 다돼도 이거는 안됩니다.' 

가족의 생사, 자녀, 사업.. 하나님 앞에 결단하고 떼를 쓰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도마가 지금 그렇다. 말은 '이거 안 해주시면 나 이제 안 믿어요.'지만, 사실 도마는. 나는, 하나님을 너무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마와 같은 어린 마음이 사실 살아가는 모든 순간, 나에게 너무나도 쉽게 드는 마음이다. 서운한 마음. 내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드는 그 말 못 할 서운함.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느라 상대의 이러한 마음을 돌아볼 줄 모른다. 그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나도 너무너무 사랑하는 저 사람이 나로 인해 힘이 들었으니, 내가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 거다. 거기에,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정말 서운할 일인가 슬그머니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마음도 들고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힘든 순간이 오면 내가 아닌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길 원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서운함'의 영역에서는 잘잘못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무언가를 바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그래, 네가 나를 많이 좋아하고 아껴주고 있구나, 서운하게 해서 미안해.' 그럴만했던 변명이나 이유가 아니라, 그 쓰라린 마음 앞에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달라는 것이다. 서운하다는 건 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이렇다고,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호소하는 것이다.


'만져보기 전까진 믿지 아니하겠노라' 말했던 도마의 마음이 정말 만져보아야 풀렸을까? 사랑하는 예수님의 못 자국을 두 눈으로 자세히 보아야 풀렸을까? 진실로, 말 너머의 진심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26 ○여드레를 지나서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있을 때에 도마도 함께 있고 문들이 닫혔는데 예수께서 오사 가운데 서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하시고

27 도마에게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28 도마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여드레가 지나 예배하러 다시 모인 제자들과 도마. 도마는 한 주간 동안 하나님을 기다렸을 것이다. 이제는 오실까, 언제 오실까, 나를 잊으신 걸까, 울었다가 체념했다가 감사했다가 여전히 사랑했던 것이다. 그래서 도마는 다시 예배의 자리에 나왔고 도마의 모든 것을 아시고 도마보다 더 그를 사랑하시는 예수님께서 동일하게 나타나 주셨다. 


도마는 실제로 예수님의 손과 옆구리를 만져보지 않았다. 그는 그저 예수님의 사랑에 눈물로 고백했다.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하나님께 예수님께 말 못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나를 태초부터 계획하신 분.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대체 얼마나 깊은 걸까.


요한복음은 사복음서 중에 가장 늦게 쓰였다고 한다. 예수님의 부활 이후 40년에서 50년 후에 쓰였다고 하는데, 네로 황제가 기독교를 지독하게 핍박할 때였다고 한다. 김유비 목사님은 마지막 29절을 작성자 요한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29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


제자 요한은, 마치 연극 속 배우가 다른 배우들은 못 듣는 상황에, 극 중 관객을 보며 말을 걸고 다시 극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당시 고난 받고 고통받는 기독교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나는 예수의 부활을 보았고, 그 품에 안겨도 봤는데, 여러분은 보지 않고 믿고 있으니 얼마나 복됩니까, 정말 복되고 복됩니다.'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예수께서 하신 29절을 통해 그들의 믿음을 단단히 하고 싶었던 것이다. 


형용할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 없이는 못 사는 존재임에도, 그 작고 작은 마음에 가득한 서운함을 어쩌지 못해 떼를 쓰고 답답해하는 나, 그리고 그런 나의 수준에 맞게 응답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언제나 나를 가장 잘 아시고, 나를 가장 귀하게 여겨주시는 하나님을 사랑한다. 


https://www.godpeople.com/?GO=tv_detail&tv_mv_no=15794

https://www.youtube.com/watch?v=eWYYQigu41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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