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판부터 울음

힘들다

by 갤럭시편지
첫판부터 울음


상담소는 낯설었지만 선생님은 불편하지 않은 미소로 우리를 맞아 주었다. 막상 상담을 시작하려고 하니 우리 관계가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것부터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막막함이 나를 가볍게 짓눌렀다. 선생님은 어떻게 부부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었고,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면서 침묵했다. 파트너의 눈은 늘어진 만두 끝처럼 꼬리가 내려가 있었고 표정은 나에게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는데 그다음 대화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계속 다툼이 이어지고 두 달 전에 이혼 서류를 작성하게 되었고 서로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말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느닷없는 나의 울음. 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상담소라는 공간이 주는 상징 때문인지, 나의 마음 상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두 마디 정도 하다가 속상함이 가득한 울음을 쏟아냈다. 바보같이.. 나는 울면서도 속으로 바보같이 운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의아했던 사실은 나는 우리 사이의 이혼서류 작성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잦은 싸움과 다툼의 과정에서 이혼서류가 큰 사실로 각인되지 못했던 것인지, 너무 지쳐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이혼서류를 작성하고 서로 대성통곡하며 이별을 기약했던 건 평소의 부부 싸움과는 달랐다. 순간 우리 사이가 이렇게 악화된 것에 대한 막막함과 슬픔이 치솟았다. 그렇게 첫 번째 상담이 끝났다. 울어버린 것이 참 수치스럽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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