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유난히 낯선 얼굴
우리는 상담소 문 앞에서 다툰 후, 상담실에 들어가긴 했다. 싸움의 주제는 어이없게도 저녁으로 무엇을 먹었냐는 것을 묻다가 1분간 크게 상해 버린 것이었다. 남편은 저녁으로 햄버거는 먹었다고 했고, 나는 그럼 점심은 무엇을 먹었냐 물었고 그 답변은 짜장면을 먹었다 했다. 그 말에 그럴 거면 운동은 왜 다녀?라는 말을 했고, 뭔 소리야? 하는 고함으로 그날의 상담은 시작된 것이다. 상담소에 들어갔을 때의 유달리 차가웠던 그날의 공기를 기록해 두고 싶다. 쭈뼛 쭈뼛 상담소에 들어갔다. 다른 때 같으면 난 상담실 안 들어가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상담과정 자체가 주는 묘한 강제력이 있다. 상담사 선생님과의 약속이 있고, 상담 말고는 헤어짐이라는 절박함이 꾸역꾸역 발길은 상담소로 향하게 했다. 부스럭부스럭 옷 소리를 내며 상담실 의자에 앉는데, 상담실 의자 건너편 창문틀을 보니 어둑어둑 어둠이 오고 있었고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입을 바싹 마르고, 얼굴 결이 건조함을 느꼈다. 분노의 감정의 일종이라고 생각되는 '기분 상함'의 감점은 마치 장작을 태워 산소를 빨아드리는 숨 막힘 같은 상태 같다. 상담사 선생님은 오늘은 어떤 이슈를 다루고 싶냐고 물었다. 깊은 침묵이 그 자리에 있는 세 사람을 괴롭혔다. 나와 남편은 둘 다 별다르게 다루고 싶은 이슈가 없다고 했다. 1분의 직전 싸움이 마음속 담을 빠르게도 쳤다. 상담사 선생님은 우리의 기색을 눈치챈 것 같았지만, 여유롭게 그러면 진도를 나가겠다며 '사랑의 지도'라고 제목이 적힌 종이를 꺼냈다. 우리 부부에게 의자를 돌려 마주 보라고 이야기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기분으로 사랑의 지도라니.." 그리고 바라본 상대의 얼굴은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깊은 미움과 불만으로 가득한 무표정. 표정이 없는 것 같지만 상대를 찌르는 불만과 짜증, 차가운 시선과 굳어진 입고리. 세상에서 가장 힘든 순간, 사랑하는 이의 낯선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