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네
어린 시절 상처공유하기 2
파트너는 상처를 공유하기 힘들어했다. 어린 시절 상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되돌아보고 현재와 과거의 어린 시절을 연결하는 과정을 어려워했다. 나에게 결정적인 어린 시절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부모의 이혼은 십 대에는 성적과 성공에 대한 압박으로 이십 대에는 사랑에 대한 결핍과 불안으로 현재에는 나와 파트너의 관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어떤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파트너는 어린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여러 차례 상담으로 어린 시절 상처를 모색해보려고 했지만 마음속 상자는 잘 열리지 않았다. 상담 선생님은 여성과 남성의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이전 기억이나 경험에 대해서 동년배나 친우관계에서 해석하고 재정의 하는 작업에 좀 더 익숙할 수 있다고 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에는 그러했다. 스무 살부터 친구들과 나누었던 대화나 명상 시간들,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짠내 나는 고민에는 늘 아빠, 엄마, 가족, 나, 과거와 현재의 경험은 빠지지 않는 주제였다. 한 번은 불교 신자인 한 친구의 집에 놀러 가, 명상과 108배를 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다. 땀방울이 조금 맺힐락 말락 하는 108배의 마지막 순간에 싱잉볼을 울리고 가부좌를 트고 앉아 명상을 했다. 난 그때 친구들 몰래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내 안에 복잡했던 아빠에 대한 미움, 분노, 원망, 슬픔이 한데 모아져 눈물이 났었다. 상담을 받으며 스무 살의 그 순간을 적어도 두 번은 떠올렸다. 그때의 뜨거운 눈물과 지금의 뜨거운 눈물은 연결되어 있는 어떤 것이었다. 나는 부부상담을 시작하고, 어린 시절 상처 공유하기를 하면서 비밀상자 같은 어린 시절 상처를 찾아내지 못하면 어떡하나 조바심이 났다.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힘들어하는 파트너를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은 어떤 기억들은 재정의되지 않기도 하고, 자신에게 위기의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하니 긴 호흡으로 바라봐 주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에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순간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인지, 마음의 해방감을 느꼈던 나는 파트너가 답답하지 않을까, 괴롭지 않을까 걱정했다. 파트너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