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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율용 Dec 08. 2024

두 번째 섬 속 섬, 가파도 청보리밭에서

푸르고 푸르렀던

제주도는 섬인데 거기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갈 수 있는 '섬 속 섬'이 존재한다. 우도, 가파도, 마라도 등이 그런 곳이다. 가파도는 제주의 남쪽에 있는 섬이다. 가파도는 모슬포와 마라도 사이 위치한 곳이다. 지난번에 우도를 다녀오고 이번엔 가파도를 갔는데 4월에 청보리 축제를 하고 있어 청보리를 보러 가기로 했다. 가파도에서 청보리를 보려면 3월~5월 중 개최 날짜를 맞춰 가면 된다.


가파도는 4월 청보리축제를 할 때 갔다. 봄에는 가파도에서 청보리와 유채꽃을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어느 계절에 가도 좋을 듯하다. 속 섬을 향해 가기 위해 배를 타는 길, 여전히 나는 바다가, 그리고 배가 좋았다.

가파도로 가는 배

청보리 축제기간이라 그런지 배를 타고 가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가파도에 간 날엔 지난번 섬 속 섬 우도에 갔을 때와 달리 바람도 적당히 불고 날씨도 화창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파도가 더 재밌게 느껴졌다.


가파도에 도착해서 한 식당에 갔다. 한정식과 해산물을 먹었다. 식당에서 나오는 길, 예쁜 정원이 보였다. 용궁정식식당은 민박집과 같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식당 주인께서 식당 앞에 이렇게 작은 정원을 꾸며놓고 계셨다. 제주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식사와 식당 외부 정원


청보리밭으로 향하는 길, 기념품들과 청보리로 만든 미숫가루나 음식들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었고, 아기자기한 집들과 거기에 심어놓은 꽃들이 있었다. 청보리밭으로 가는 길엔 학교, 보건소도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는 아니지만 살고 있었는데 사람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동화마을같이 느껴져서 신기했다.

아기자기 알록달록

가파도에는 집과 상점들을 각양각색의 색깔로 칠해놓은 집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쁜 정원에 들어가서 한 장 찍었다. 소라 껍데기를 물감으로 칠해 바위 사이에 올려놓고, 작은 꽃들을 여기저기 심어놓은 곳이었는데 마치 색종이로 종이접기 해서 만든 집처럼 보였다. 식사하고 왔던 식당에서도 작은 정원을 보고 와서 그런지 가파도는 나에게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곳으로 기억되었다.

청보리밭에 도착했을 때는 파란 청보리밭이 나를 마주했다. 사실 광활한 대지 속 내 눈앞엔 청보리밭과 바다가 보였다. 제주도에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이곳 가파도에서 찍은 드라마가 특히 많았다. '킹 더랜드'와 '우리들의 블루스', '웰컴 투 삼달리'를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진 않아서 드라마의 가파도 장면을 따로 찾아보았는 자전거를 타고 가파도 길을 달리는 주인공들(킹 더랜드)의 장면이 가파도의 자연과 잘 어우러지고 있었다. 자연의 싱그러움, 여유로움, 적당히 부는 선선한 바람으로 날리는 옷자락이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려내기에 적합했던 장소였던 것 같다.

청보리밭에 가기 전, 나는 청보리가 단지 노란색 보리가 덜 익은 보리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제주의 청귤이 풋귤이 아니듯 청보리도 노란 보리와는 다른 품종이었다. 가파도의 청보리는 '향맥' 품종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청보리가 자라지만 타 지역 보리보다 2배 이상 자라며 제주의 향토 품종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높고 푸르게 자라는 보리라고 한다.

청보리밭에서 찰칵, (우) 보라색 유채꽃도 피어있는 청보리밭

사실 청보리축제를 가기 전의 나는 솔직히 '청보리밭이 뭐 볼 게 있나? 나는 꽃밭이 더 좋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청보리밭에 오기 전에 동백꽃과 유채꽃밭에 갔었고, 꽃이 예뻤으며 보리는 내가 밥으로 먹는 보리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보리밭에 오고 나니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초록으로 푸른 청보리밭과 맑게 푸르렀던 하늘이 경계를 이루며 어딜 가든 풍경이 예뻤고, 사진도 잘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날씨가 너무 좋았고, 특히 제주의 햇빛은 센 편이라 찍힌 사진에는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많았지만 그래도 예뻤다. 제주를 봄이나 여름에 오길 계획하는 독자분들이 있다면 선글라스를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청보리밭 속에 유채꽃이 피어있는 곳도 있었다. 3월에는 노란 유채꽃만 봐서 '이게 유채꽃인가?' 싶었는데 모양이 유채꽃이었고 실제 유채꽃에는 흰색, 분홍색, 보라색도 있었다. 내가 보고 싶어 했던 꽃도 볼 수 있었고, 청보리밭에 피어있는 꽃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좌)가게, (우)청보리아이스크림

제주 여행지를 다니다 보면, 요깃거리로 해산물을 파는 식당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밥을 이미 먹고 와서 해산물을 따로 사 먹지는 않았지만 그런 바다 냄새나는 듯한 가게의 느낌이 좋았다.


해산물을 먹지는 않았지만 청보리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뻥튀기를 먹었다. 청보리축제기간이라 그런지 가파도에는 청보리로 만든 수많은 음식을 팔았다. 청보리 미숫가루(혹은 보리라테)와 청보리 아이스크림이 많았고, 청보리 막걸리도 팔았다. 미숫가루는 관광지라 그런지 만원에 파는 곳들도 있었는데 폭리가 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숫가루 대신 조금 더 싼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식감은 부드러웠고, 색깔이 초록색이라 그렇게 느껴졌는지는 몰라도 녹차 맛이었다. 제주에서는 제주 특산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정말 많다. 감귤, 한라봉, 우도 땅콩, 심지어는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까지 있는데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하다.



제주에 갈만한 곳이 많지만 이곳 가파도는 정말 추천하는 여행지 중 하나이다. 실제로 친구도 가파도에 놀러 와서 좋아했다. 일단 배를 타고 들어간다는 자체가 신선했고, 도착해서도 볼거리가 많았다. 바다뿐 아니라 광활한 대지가 이뤄내는 다채로운 색감. 평화로운 분위기,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었다. 제주에서의 봄의 기억을 푸르게 색칠해 준 가파도, 이곳에서 기억은 훗날 시간이 지나도 싱그럽게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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