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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Aug 30. 2018

모든 관계의 시작은 편 가르기다!

'공평함'과 '편애'의 사이에서

그때부터 나는 '철저하게 주관적인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내 엄마가 그랬듯 그 행동을 전체로 보아 아이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무조건 아이 편을 들었다. 어른들 앞에서는 'OO이가 아주 착하고 어른스러워졌다?'라고 말했다(그렇지 않았지만, 내 바램을 넣어서).


아이 친구들 앞에서는 절대로 아이의 체면을 깎지 않았다. 내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아이인 것처럼 행동했다(손발 오그라듦을 참고).


'자식 자랑은 팔불출',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뻐한다"라는 말처럼, 남들 앞에서 아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건 좀 본능적이고 유치한 짓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이는 나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내심 흐뭇해했다.


'그러면 됐지'


여전히 아이의 잘못, 나쁜 습관,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이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듯, 콩깍지가 씌워진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마음먹었더니 이상하게 점점 아이의 못마땅한 면들이 참을만한 것으로 느껴졌다.


사람들은 실체가 먼저고 의식이 나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실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내 의식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실체를 바꾸려면 의식을 바꾸면 된다. '객관적'이라고 지속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의식을 속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선언하면 그런 것처럼 여겨진다!.


'주관적인 엄마'로 살면서 깨달았다.


주관성. 이것이야말로 모든 관계의 출발이자 핵심이라는 것을. 인간관계에서 공평함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인간관계의 핵심은 '내 것, 내 편'을 나누는 것이다. 관계의 본질은 곧 편 가르기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관계의 본질을 경험적으로 깨닫지 못하고 책으로 배운 나는 이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렸다.


내 편이 없었을 때(아니, 없다고 느꼈을 때)는 늘 배척당하는 입장이었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보니 그 배타성이 원망스럽고 아니꼬왔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내 편이 아니더라도 공평하게 대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객관성/공평무사함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다. 과도한 기대를 갖지 않기 위해, 남들의 행동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뒤집어쓴 갑옷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내 엄마가 그런 갑옷을 입게 된 것도 아마 외할머니의 영향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쏟아졌던 감정적인 비난이 싫어서 자신의 아이에게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비판'을 쏟아냈는지도 모른다. 냉정함에는 실패하고 객관성을 넘어 지나친 비난으로 이어지기 일쑤였지만.


사실 논리와 감정을 완전히 분리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 부모-자식처럼 본능적 사랑과 보이지 않는 채무관계와 기대가 뭉뚱그려진 관계에서는.


어쨌든 나는 소외된 자의 시각을 버렸다.  '내 사람', '내 편'이 생기면서 나도 '내 사람을 편애하고 차별(좋은 쪽으로)'하기 시작했다. 가족이란 게 그런 배타적 관계의 출발임을 꺠달았다.


콩깍지가 씌운 것이든, 이해관계의 타협점이 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콩깍지는 좋은 것이다. 그것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니까. 


그렇게 오래 희구해온 '공평무사함'을 완전히 버렸느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공평무사했으면 좋겠다. 내 편이 아니라서 잘해주지 않고 나쁜 쪽으로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별받아본 사람, 배척당해본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그것이 '내 사람들'을 향한 역차별이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사람들에게 그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우를 해줄 것이다.   


내 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 '공평함'을, '내 사람'에게는 '모든 논리가 결여된 무조건적인 편애'를 지향하려고 한다.


살아가면서 또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이것이 나에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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