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오면 하는 일

사진가의 도시 #1

by 조재형 딴짓마스터
DSC01336.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봄만 되면 카메라를 들고 싶습니다. 겨울 내내 추위를 핑계 삼아 사진을 외면한 때문일까요? 벚꽃 내음이 일렁이기 시작할 때면 저는 무언가에 홀린 듯 카메라를 집어 듭니다. 초등학생 때 봄 하면 떠오르는 꽃은 개나리, 진달래였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봄 하면 벚꽃'이라는 공식이 생겼네요. 제게 봄날의 벚꽃을 찍는다는 것도 이제는 당연한 습관입니다.


2013_벚꽃_1.jpg 벚꽃, 서울 중계동. 2013

시작은 2013년이었습니다. 때마침 일찍 퇴근한 날이었는데 이상하게 오늘이 아니면 저 화려한 벚꽃을 못 찍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집 앞에 하천이 하나 흐르는데 양 옆 도로에 벚나무를 심어뒀죠. 청계천을 복원한 이후에 비슷한 도시형 하천이 생겨나던 때의 일이었어요. 덕분에 모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정말 후회할 것 같아서 카메라를 들고 그냥 나갔어요. 벌 한 마리처럼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셔터를 누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 사진이 찍혔죠. 벚꽃송이가 작은 부케처럼 모인 사진이 말입니다.


2014_벚꽃_5.jpg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2014_벚꽃_6.jpg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2014_벚꽃_7.jpg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2014_벚꽃_8.jpg 벚꽃, 서울 중계동. 2014

한 번은 플래시를 만질 기회가 생겨 조명을 터뜨린 적도 있었는데, 나름대로 재밌는 촬영이었어요. 하늘이 좀 더 파랬다면 꽃이 더 잘 보였을 텐데, 그래도 제게 주어진 하루, 그 속에서 최선을 찾아내야 했으니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DSC01330.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사진을 찍다 보면 누구나 다양한 카메라, 다양한 렌즈를 써보고 싶어 져요. '장비병'이라고 하지만 사실 전 여러 렌즈를 가졌던 적은 없어요. 하루는 오래 쓴 카메라를 들었다면 다음은 회사 카메라를 들고 나들이를 떠나는 식이었죠. 올해는 광각 렌즈를 들었습니다. 그전까지 벚꽃의 초상을 찍는 기분이었다면 이번에는 흐드러진 벚꽃을 담아보고 싶었으니까요.

2017_벚꽃_5.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2017_벚꽃_6.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2017_벚꽃_8.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DSC01333.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7

마침 여의도에서 회사를 다니는 덕에 만개한 벚꽃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꽃놀이를 나온 사람들도 꽃잎처럼 셀 수 없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올해도 여느 해처럼 봄을 담을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2015_벚꽃_2.jpg 벚꽃, 서울 중계동. 2015
2015_벚꽃_3.jpg 벚꽃, 서울 중계동. 2015
2016_벚꽃_1.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2016_벚꽃_2.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2016_벚꽃_3.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2016_벚꽃_4.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2016_벚꽃_5.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2016_벚꽃_6.jpg 벚꽃, 서울 여의도. 2016

사진이 홍수처럼 흐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습관처럼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있다는 건 참 행복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노을 진 하늘일 수도, 옆에서 꼬물대는 아기일 수도, 신나게 꼬리 흔드는 반려견일 수도 있습니다. 제게 벚꽃은 그런 존재입니다. 1년에 고작 한두 번 찍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이제 비와 함께 모든 벚꽃이 떨어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년에도 봄이 오면 그 자리에서 그렇게 우릴 맞이해줄 겁니다.


그때까지 거리를 많이 돌아다녀야겠어요.



'사진가의 도시'는 제가 사는 매력적인 도시 서울의 순간과 여행하면서 만난, 만나게 될 세계의 도시를 담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사진가의 도시'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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