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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만 Apr 07. 2022

완전체가 모였으니 진짜 모험은 지금부터

인상적인 영화리뷰 2022 - <수퍼 소닉 2>

<수퍼 소닉 2>(Sonic the Hedgehog 2, 2022)


지난 2020년 개봉한 전편 <수퍼 소닉>은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게임 원작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는데,

그 기세를 몰아 전세계적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2년 만에 빠르게 만들어진 <수퍼 소닉 2> 또한 만족스런 재미를 줍니다.

게임 원작의 비주얼을 실사영화로 구현하고 게임 속 명장면들을 최신 CG 기술로 재현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즐기기에 부담없는 스토리 위에서 캐릭터들의 매력을 한껏 살리며 다시 보고 싶은 모험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외계에서 온 고슴도치 소닉(벤 슈와츠)는 외로운 도망자의 삶을 끝내고 비로소 가족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도넛맨' 톰(제임스 마스던)과 '꽈배기 사람' 매디(티카 섬터) 부부와 그들의 반려견 오지의 사랑 속에서

천국 같은 마을 '그린 힐즈'를 누릴 법도 하지만 소닉은 선량한 이들을 구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히어로를 꿈꿉니다.

그런 가운데 전편에서 버섯 행성으로 쫓겨났던 로보트닉(짐 캐리)은 반격의 기회를 노리며 와신상담하던 중,

소닉을 일생의 숙적으로 여겨 온 에키드나 부족의 전사 너클즈(이드리스 엘바)를 만나 손을 잡고 지구로 돌아옵니다.

그들은 혼자서 한 군대를 제압하는 힘을 가져다준다는 전설 속의 '마스터 에메랄드'를 공동의 목표로 삼고 소닉을 위협해 오는데,

로보트닉의 광기에도 가속도가 붙었고 엄청난 힘을 지닌 너클즈까지 가세했으니 소닉에게도 이번 승부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멀리서 오랫동안 소닉의 활약을 지켜봐 온 총명한 두뇌의 소유자 테일즈(콜린 오슐그네시)가 가세하면서 전세는 팽팽해집니다.

그들은 과연 세계를 손 안에 넣으려는 로보트닉의 야욕과 소닉을 제압하려는 너클즈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수퍼 소닉 2>(Sonic the Hedgehog 2, 2022)


<수퍼 소닉>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전편은 고독한 도망자였던 소닉이 친구이자 가족이 될 톰을 만나면서

잠재되어 있던 자신의 힘을 각성하고 더 강한 히어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바 있습니다.

<수퍼 소닉 2>는 그렇게 성장한 소닉의 어드벤처를 본격적으로 펼치며 원작 게임의 팬들이 기대했던 볼거리들을 제대로 선보입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원작 게임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비로소 우리가 알던 모습 그대로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입니다.

전편에서는 광기에 본격적으로 물들기 전이었던 로보트닉은 민머리와 뻗친 수염을 한, 우리가 기억하는 게임 속 '에그맨'이 되어 돌아왔고,

원작 게임의 또 다른 핵심 축이었던 너클즈와 테일즈가 가세하면서 어릴 적 만났던 게임의 세계관이 보다 완전하게 구현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해진 캐릭터만큼 즐길거리도 한층 다채로워졌습니다. 이제는 그 무서워 하는 물위까지 번개 같은 속도로 달릴 만큼

더욱 거대하고 파워풀하고 스피디해진 소닉의 액션은 물론 어마어마한 힘을 자랑하며 상대방을 완벽히 제압하는 너클즈의 액션,

명석한 두뇌로 발명한 다양한 장비들과 펄럭이는 '꼬리콥터'를 활용한 테일즈의 깜찍한 액션까지 준비된 액션의 스타일도 다양해졌습니다.

이들은 몬태나의 호젓한 숲과 평원은 물론 여유로운 휴양지 하와이, 빛나는 눈밭과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는 시베리아 설원,

까마득한 바다가 펼쳐진 태평양 한가운데까지 그야말로 전세계를 휘젓고 다니며 확실히 전편보다 풍성해진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한편 <수퍼 소닉 2>는 전편의 또 다른 주요 인기 요인을 이번에도 충실히 계승했는데요, 바로 어른이 봐도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어른 관객들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을 만들어 준 게임 캐릭터들의 실사화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즐겁겠습니다만,

<데드풀>과 <분노의 질주> 제작진이 참여해서인지 어른들이 내내 즐거워 할 만한 오락요소가 꽤 알차게 담겨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액션 장면들이 지닌 상당한 박력과 규모감에서는 <분노의 질주> 제작진의 액션 연출 장인 정신이,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와 각종 영화나 배우들에 대한 재치있는 언급은 <데드풀>의 폭발적인 입담을 떠올리게 하죠.

무엇보다도 게임 속 캐릭터들이 외형만 충실하게 구현된 걸 넘어 영화라는 매체에 걸맞은 내실을 갖췄다는 게 만족스러웠습니다.

귀엽고 수다스럽고 날쌘 '전체관람가용 데드풀' 소닉을 필두로 누가 봐도 정신 나갔는데 볼 때마다 웃기는 불변의 빌런 로보트닉,

전사다운 '엄근진' 성격이 시도때도 없이 발현되며 의외로 웃음 포인트를 많이 생산하는 너클즈, 똘똘하고 선량한 테일즈,

심지어 이제는 확실히 시리즈의 감초 캐릭터로 자리잡은 듯한 매디의 언니 레이첼까지 캐릭터들의 개성이 저마다 확연해

액션이 펼쳐지지 않는 장면에서도 이들 캐릭터간의 티키타카로 인한 코미디가 주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수퍼 소닉 2>(Sonic the Hedgehog 2, 2022)


이렇듯 전편에 이어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형태를 띤 <수퍼 소닉 2>는 실사와 애니메이션 간 캐릭터 균형이 상당히 좋습니다.

실사 배우들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들러리 역할로 물러서거나 하지 않고 전혀 뒤지지 않게 활기찬 매력을 뽐내죠.

주인공 소닉을 연기한 벤 슈와츠의 낭랑한 입담이 여전히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운데,

전편에서 90년대 히트작들 속의 텐션을 고스란히 재현했던 짐 캐리는 이번 편에서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처럼 스크린을 누빕니다.

말그대로 '탈지구급' 광기로 돌아온 로보트닉에 걸맞게 그의 현재 나이를 잊게 만드는, 몸과 얼굴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로

분명 슈퍼 빌런임에도 그가 나오는 장면만 기다리게 만드는 원조 코미디 슈퍼스타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뿜어냅니다.

한편 새롭게 합류한 너클즈 역의 이드리스 엘바 역시 의외스런 캐스팅에 걸맞은 기대 이상의 목소리 연기로 즐거움을 줍니다.

특유의 낮게 깔린 위엄 있는 목소리가 너클즈의 진지한 전사 이미지와 어우러지면서 기대한 만큼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한편,

그 진지함이 시도때도 없다보니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의외로 웃음 포인트를 많이 가져가는 활약을 보여주죠.

여기에 원작 게임에서부터 테일즈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콜린 오슐그네시가 이번 <수퍼 소닉 2>에서도 테일즈를 연기하며,

게임 팬들이 테일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귀엽고 사랑스런 에너지를 고스란히 재현했습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화끈한 액션이 함께 하는 <수퍼 소닉 2>는 올 봄 가족들을 위한 영화로 손색 없겠습니다만,

한편으론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모든 어른들을 위한 훌륭한 패키지 같은 영화이기도 하겠습니다.

어린 시절 오락실이나 문방구에서 동전 하나하나 아까워 하며 즐겼던 게임 속 캐릭터들이 첨단 기술을 입고 현실로 나타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친구로 함께 하며 펼쳐지는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 시절 게임할 때처럼 흐뭇한 미소를 띠게 됩니다.

그 추억들을 떠올리며 모처럼 근심걱정 내려놓고 마음껏 달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달리고 나니 이미 제작이 확정되었다는 3편을 벌써부터 신작 게임 기다리는 기분으로 기대하게 되네요.


<수퍼 소닉 2>(Sonic the Hedgehog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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