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친구들끼리 모으던 곗돈으로 코인을 해보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다.
그때까지 모은 20만 원(1인당)을 코인에 투자해서 수익이 나면
PS 4를 사서 각자 집에서 음성 채팅하며 밤마다 만나자는 거였다.
코인이 뭔지 몰랐지만,
새로운 경험에 거부감이 크지 않은 성격이라 오케이 했다.
리플에 투자를 했고,
7일 만에 100% 수익이 나서 바로 익절을 했다.
우리는 PS4를 사서 1년간 신나게 즐겼다.
다시 코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코인 광풍이 불던 시기다.
여기저기에서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소리가 들려서 솔깃했다.
코인 시장이 어떤 곳인지 몰라서 아주 소액으로 했다.
30만 원으로 아주 조금씩 감을 익히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가 조금씩 수익이 나자,
부업으로 번 돈을 조금씩 더 추가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들이 망하는 전형적인 시나리오다.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다가 쪽박 차는 시나리오.
예전에 알고 지내던 동생이 코인으로 대박 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책까지 냈고, 무료 리딩방을 운영한다고 했다.
거기 들어가서 이것저것 보고 들으며 배웠다.
아는 게 없으니 일단 뭐든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걸러내는 기준도 생기니까.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무료 리딩방은 작전이나 폰지 사기를 치는 방이 아니었다.
정말 순수하게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방이었다.
몇 달 동안 이것저것 보고 들으며,
조금씩 나만의 기준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코인 선물을 알게 되었다.
다들 그걸로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큰돈 벌었다고 하니 관심이 갔다.
유튜브를 보면서 코인 선물을 어떻게 하는지 공부했다.
바이낸스 계정을 만들고 10만 원 정도의 트론을 입금했다.
그리고 첫 번째 선물 투자를 시작했다.
결과는 1달 만에 청산당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했다.
무턱대고 20배로 했다.
처음엔 조금 수익이 났다가 바로 곤두박질쳤다.
1달을 버틴 게 용할 정도다.
10만 원을 한 번 더 입금했다.
이번에는 10배로 했다.
결과는 15일 만에 청산당했다.
아, 역시 코인은 안돼.
나랑 안 맞아.
라고 생각하며 접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다시 선물에 대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지막으로 내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30만 원을 입금했다.
의지는 강했지만 제대로 된 투자 기준이 없었다.
전략이 없이 나가는 전투는 백전백패다.
계좌(100달러는 마진 계좌로 빼놨었다.)가 쭉쭉 빠지기 시작하더니,
2달 만에 74달러가 되었다.
멘탈이 박살 난 나는 선물을 멈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코인 선물을 하며 현재까지 한 결정 중 최고의 결정이었다.
몇 달간 코인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더 이상 스트레스받고 힘들기 싫었다.
해가 넘어가고 2023년이 되었다.
새해가 되면서 뭔가 삶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바이낸스 선물 계좌가 생각났다.
하지만 그냥 또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뭔가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 원칙과 매매 기준을 세웠다.
0. 74달러가 마지막 코인 선물이다. 더 이상의 입금은 없다.
1. 절대 아래 원칙을 깨지 않는다.
2. 단기 고수익을 내겠다는 욕심부리지 말고, 정해놓은 수익률로 장기간 많은 매매 횟수로 수익을 내자.
3. 무조건 5배 수로만 진행한다.
4. 매수는 차트(5분, 15분, 30분)가 박스권에 진입하면 들어간다. -> 첫 번째 매매 이후 롱으로 들어간다로 바뀌었다.
5. 익절은 2.5%, 손절은 2%로 한다. -> 작년 3월 이후로 코인이 계속 성장할 거라 판단하고 손절 규칙은 보류했다.
6. 일일 2회 매매하면, 해당일은 쉰다.
2023년 1월 21일에 74.641달러로 21,135달러에 숏 진입을 했다.
그런데 바로 상승을 해버렸다.
잔고가 60달러, 50달러…
쭉쭉 빠졌다.
와…
해도 해도 난 너무 못한다. 싶었다.
그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예약 매도를 걸어놓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대략 2달이 지난 3월 10일.
예약 매도를 걸어놨던 가격 알림이 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잔고가 7달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었다.
그렇게 74달러였던 잔고가 87달러가 되었다.
그때부터 투자 원칙 4번을 수정했다.
무조건 롱으로만 들어간다고.
실력이 안되니까 변수를 줄이고 타깃을 좁히기로 했다.
이제는 바닥을 치고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투자 원칙 5번도 수정했다.
비트코인이 전 고점을 찍기 전까지는 손절 규칙을 보류했다.
손해가 나더라도 손절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추가로 익절 수익률은 최소 2.5%로 하되,
내가 진입한 금액에서 박스권 상단까지 수익률까지를 최대로 잡았다.
그렇게 2023년 1월 21일에 74달러로 시작한 코인 선물은
오늘까지 총 45번의 매매를 거쳤다.
그리고 오늘 마진에 있던 100달러까지 가져와서 합친 계좌 잔액은
739.05달러가 되었다.
2023년 1월 21일에 21,135달러로 5배 롱을 진입했다면,
오늘 434.40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시장 수익률보다 70%를 더 났으니 그동안 고생했던 것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처음 투자했던 초심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는데,
앞으로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하기 위함이다.
지난 1년과 같은 상황으로 코인 시장이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투자 원칙 1~3번을 무조건 지키되 4~6번은 회고와 보완을 통해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현재 739달러를 가지고,
지난 1년 동안 투자했던 것처럼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45회씩 투자한다면,
10년 뒤 최대 얼마가 될까요?
무려 $49,478,126가 됩니다.
10년 뒤에 봤을 때,
이 글이 성지글이 될 수 있도록 초심 잃지 않고 잘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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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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