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희 회사는 매일 아침마다 데일리 스탠드업을 합니다. 전체 인원이 25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여서 다 같이 모여서 합니다. 처음엔 각 팀별 이슈만 공유하는 시간이었지만, 전 직원이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문화를 만들려고 진행방식을 조금 바꿨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작성하는 체크인(오늘 할 일과 미팅 일정을 작성하는 것)을 한 명씩 돌아가며 읽는 것입니다.
처음 이 방식을 도입하자고 했을 때 다른 팀들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전체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환경상 그런 문화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목적이 적극적인 회의 참석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도입하는 것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팀원 2명이 왜 진행하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문화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잘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우선 시행해 보고 안되면 개선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해 볼 거라고 답했습니다. 혹시 좋은 방안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더니 별다른 말은 없고 둘이서 얼굴 마주 보며 비웃었습니다. 회의 시간에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후 2명 중 1명은 제게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사과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서 그랬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잘 해결되길 바라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좋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며칠 후, 데일리 스탠드업을 하는데 그 사과한 직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회의를 할 때마다 마스크를 끼고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은 특히나 평소보다 더 작았습니다. 주위를 봤더니 다들 갸우뚱해하길래, 조금만 더 크게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갑자기 110 데시벨 수준의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황당해했습니다. 뭐 하는 거지요는 생각과 함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팀원의 팀장에게 공식적으로 항의를 했으나 자신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입사한 팀원에게 회사메신저로 DM이 왔습니다. 퇴사 관련 면담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 다른 팀원분 면담을 하고 있었는데, 그분의 말이 귀에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겨우 멘털을 잡고 그 분과의 면담을 잘 마무리했습니다. 신규 입사한 팀원분과 면담을 했습니다. 왜 나가고 싶은지 물어봤습니다. 7가지의 이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엔 다른 회사에서 오퍼를 받아서 가고 싶다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특별히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았지만, 우리 팀의 문제를 들어보고 나중에 개선하자는 마음으로 질문을 계속했습니다. 결국 찬찬히 들어보니,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불안, 두려움이었습니다. 전 회사의 경영 악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이 그 팀원을 힘들게 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어떻게든 남으려고 노력했으나 회사에서 버림받았다는 PTSD가 생긴 것입니다.
저도 PTSD는 아니지만 삶이 힘들었던 순간을 겪었습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지하 30층까지 떨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기억이 나면서 그 팀원이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팀원의 입장에서 그의 마음을 계속 들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참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 팀원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주길 바란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 후 팀원은 일단 남는 걸로 마음이 기우는데, 집에 가서 조금 더 고민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하나의 산을 넘겼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산이 나타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 산들이 그 순간에는 나를 너무 힘들게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서 보면 장관을 연출하는 풍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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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을 위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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