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2023년 5월 27일 밤,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늦은 밤에 어머니께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흔이 넘으신 외할머니와의 헤어짐을 어머니께서 말하실까 봐입니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바로 받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헤어짐이면 어쩌나 싶어서입니다.
2년이 넘은 시간 동안 병원에 계셨고 연세가 많으시지만, 아직 내겐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습니다.
아니면 나보다 더 슬퍼하실 어머니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할지 몰라서일지도…
흐느끼는 목소리의 어머니는 숨을 가다듬고 말씀하십니다.
“조금 전에 할머니 돌아가셨거든. 내려올래?”
“네, 내일 오전에 내려갈게요.”
어머니께는 덤덤한 척 말씀드렸지만,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할머니 가시는 길에 외롭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내 어머니의 어머니에 대한 존중이자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3일장동안 곁을 지켜드리고 다시 한 줌으로 돌아가실 때까지 지켜보려고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스스로에게 잘한 일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2월에 할머니 병원에 가서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할머니께 제 얼굴을 보여드리고, 할머니 손을 꼭 잡아드렸습니다.
할머니의 모습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그때 그렇게 찾아뵙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내려간 것이었는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관하시기 전 마지막 할머니는 뵈었습니다.
예전에 비해 너무 수척해지신 모습이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났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이마를 쓰다듬고, 관에 들어가시는 마지막 모습을 보며 묵념을 했습니다.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했고,
암으로 2년 전에 먼저 간 할머니의 친손자, 내 사촌동생과 함께 좋은 날들을 보내시길 바랐습니다.
오늘 아침 할머니는 우리와의 영원한 작별을 하시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사촌동생과 같은 곳으로 말입니다.
할머니께서는 제가 서울에 올라온 다음부터 2달에 한번 꼴로 전화하셨습니다.
“씩씩 아(제 어릴 적 별명입니다.), 잘 있지?
밥 잘 챙겨 묵고, 아프지 말고 에예이.
그래 너희 엄마 걱정 안 하게 단디 살아래이.”
“네, 할머니 너무 걱정 마시고 건강 잘 챙기셔요.”
“그래, 들어가래이.”
세상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제가 건강한지가 제일 중요하셨습니다.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할머니를 찍었던 사진과 영상은 시간이 많이 지나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때 보려고 합니다.
2024년 11월 10일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슬펐던 날은 할머니와 영원한 헤어짐을 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