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다들 모였지? 내가 오늘 할 말이 있다.
며칠 전에 지미가 찾아와서 퇴사의사를 밝혔다.
나는 저 녀석을 잡으려고 생각할 시간도 주고 기다렸지만, 본인이 나가겠다고 최종 결정을 했다.
나는 그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거창하게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지만,
그는 자신이 붙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이미지를 팀원들에게 주려고 한 것이다.
그는 정치인 같았다.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가 각인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것이 와닿지도 통하지도 않았다.
내 눈에는 진실된 모습, 진심이 없는 사람처럼 비쳤다.
마음 깊이에서 나오지 않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감동도 교훈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올해 12월까지 근무하기로 했기 때문에 후임자를 빨리 뽑아야 한다.
주변에 태도가 좋고 실력이 좋은 친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 줘.
그리고 지미는 남은 기간 동안 인수인계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고,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날부터 그의 교묘한 괴롭힘은 시작되었다.
“와, 이번에 3명 추천을 받았는데 다들 괜찮은 친구들이네.
티코 가고 벤츠 온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굳이 내가 너무나 잘 들릴 수 있는 위치에서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그의 너무 얕은 수가 너무 안타까웠고,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사람 밑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허무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고 하더니, 이 내로남불의 끝판대장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어차피 나가는 마당에 그와 싸워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참아주기로 했다.
“우리 11월에 싱가포르 워크숍 가려고 한다.
다들 그 일정에 맞춰서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들 잘 마무리해라.”
“아, 너무 좋아요.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X 8
나는 속으로 너무 좋아했다.
모두가 싱가포르에 가면 나는 그 기간 동안 혼자 한국에 남아서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뜻밖의 휴가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때 그에게 DM이 왔다.
“싱가포르 워크숍 가기 전까지 네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지 말해주렴.
나는 언제든지 너를 다시 받아줄 마음이 있다.
비행기표는 언제든지 끊으면 되는 거고, 니가 민망하지 않게 팀원들에게도 잘 말해줄 테니까.
그러니까 마음이 흔들린다면 언제든지 말해라.”
“네, 알겠습니다. 워크숍 전까지 곰곰이 잘 생각해 보고 혹시 마음이 변하면 말씀드릴게요.”
나는 단 1도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었지만, 바로 거절을 하면 또 분위기가 안 좋아질 거라 그렇게 답을 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내가 나가기로 한 이후로 나머지 한 명의 PM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는 것이었다.
항상 말은 너네들을 더 성장시키려고 하는 거라고 하지만,
인격모독과 가스라이팅을 하는듯한 말투였기에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
“너는 이게 문제야. 너는 왜 항상 이따위야. 내가 언제까지 너를 받아줘야 하니.
여기 다들 최고들만 모였는데, 니 수준은 왜 이러니. 정말 최악이야.
계속 이럴 거면 다른 팀원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나가!”
일이 터지고 말았다.
결국 그 PM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