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한테 미안하지 않냐?

[젤리의 제국]

by Changers

꿈만 같았던 휴가가 너무 빨리 끝났다.


군대 시절, 휴가에서 복귀할 때보다 더 힘들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지 야속했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었지만 시간은 빛의 속도로 흘러갔다.


그와 팀원들이 다시 한국에 왔다.


다시 하루 14시간 이상을 그와 마주하며 12월까지 보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말년 병장 때보다 58,000% 더 힘들었다.



다시 나는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새벽 1~3시 사이에 퇴근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하는데, 퇴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그 일상이 힘들게 느껴졌다.


남들은 9~10시에 출근해서 18~19시에 퇴근을 하는데,


나는 왜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2~3일에 한 번씩 그는 나를 따로 불러서 회유와 한탄 섞인 말을 했다.


‘네가 지금 나가서 뭐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너는 아직 멀었으니 내 밑에서 더 배우고 나가라.’


‘내가 너네들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이렇게까지 하냐.’


‘그래도 니들이 내가 믿고 맡길만한 애들인데 너무 아깝다.’



“내가 그동안 너무 미안했다.


앞으로는 우리 식구들을 위해서 나부터 변하도록 노력하겠다.


나도 사장이 처음이라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랐다.


그러니 다시 한번 잘해보자.”


차라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노력해 볼 테니 다시 잘해보자고 했다면,


나는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반성은 없었다.


오로지 남 탓만 있었다.


그렇게 해서는 관계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몰랐다.


내가 한번 이야기를 했으나 그는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할 줄 아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며칠 후,


“오늘 저녁에 보리 숭어 포장해 갈 테니까 저녁 따로 먹지 말고 있거라.


내가 나중에 메시지 하면 2명만 빠르게 내려오렴.”


“네, 알겠습니다.” X 9



그날따라 일이 좀 바빴다.


앞서 그가 메시지 보낸 것을 모두 잊고 있었다.


그가 여러 번 내려오라고 메시지를 했으나 누구도 제대로 캐치를 못했다.


마지막 메시지를 확인하고 10분이 지난 후 내가 확인을 했다.


그리고 개발자 1명을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저 멀리 화가 잔뜩 난 그가 보였다.


회를 들은 3개 봉지를 바닥에 두고 어딘가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지금 중요하게 업…”


이라고 말하며 그에게 다가갔는데 그가 내게 주먹을 날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올려 가드를 쳤다.


“악!!!”


그가 소리를 치며 손목을 부여잡았다.


“괜찮으세요?”


내가 그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로우킥을 날렸다.


나는 뒤로 빠져서 그것을 피했다.


옆에 있던 개발자가 그를 뒤에서 안으며 그를 말렸다.



잠시 후, 약간 진정한 그가 말했다.


“도대체 니들은 뭐 하는 녀석들이냐?


내가 그렇게 미리 말을 했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놈도 확인하는 놈이 없냐?”


“죄송합니다.” X 2


“내가 니들한테 잘해주려고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도대체 니들은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


들고 따라와라.”


그와 함께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에 도착한 그는 우리 모두를 불러놓고, 한참을 얘기했다.


왜 자신의 말에 대답을 빨리 안 하느냐,


왜 매시지 확인이 늦냐,


다들 정신을 어디 빼놓고 사냐는 등의 이야기를 1시간 넘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손목 아파. 왜 나를 아프게 하냐.”


“…..”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다음날,


“나 오늘 병원 들렀다가 저녁에 갈 거다. 이따가 보자.”


“네, 알겠습니다.” X 9



그는 손목 깁스를 하고 출근했다.


자리에 앉아서 나를 보며 말했다.



“너 나한테 미안하지 않냐?”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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