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젤리의 제국]

by Changers

인생의 절반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그가 배려해 준 덕분에(?) 친구들과 3박 5일 여행을 잘 다녀왔다.


얼마 전 팀원 전체가 싱가포르 워크숍을 떠나면서 받게 된 휴가 때와는 달리,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싫지 않았다.


이제 그와의 헤어짐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 거 같았다.



“배려해 주신 덕분에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냈나 보네.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잘해주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랑 PM이 나가는데,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서 가볍게 국내 워크숍을 가려고 한다.


너랑 PM이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해 주렴.”


“네, 알겠습니다.” X 2



PM과 나는 경기도 양평 근교의 리조트를 잡았다.


방이 여러 개 있는 꽤 큰 평수로 잡았다.


그가 숙소에서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저녁 바비큐는 양갈비로 준비를 했고,


어떤 프로그램으로 진행할지 미리 정리를 해서 그에게 컨펌을 받았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수월했다.



워크숍 당일이 되었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서 메신저로 보고 했다.


각자 짐을 싸서 사진으로 공유하고, 각자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했다.


용산역에 모여서 춘천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가평에서 내려서 리조트의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숙소로 이동 후 각자 짐을 풀고,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진행했다.


저녁 식사를 맛있게 먹은 후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했다.


레크리에이션 진행 전 그가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나와 PM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별 감흥이 없었지만, 감동받은 표정을 지어야 했다.


나는 이런 감사패보다 평소 모습이 바뀌길 바랐다.


하지만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1박 2일의 워크숍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드디어 퇴사일 되었다.


보통의 회사는 퇴사일 오전에 자신이 쓰던 컴퓨터를 포맷하고 자신의 자리를 치운다.


점심을 먹고 나서 회사 식구들과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곳은 달랐다.


저녁때까지 업무를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마무리했다.


내가 쓰던 컴퓨터는 내 개인 것이었기에 포맷 없이 내 가방에 다시 넣었다.


그 외 짐을 쌌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다 같이 송별회를 위해 영등포역 양갈비 집으로 이동했다.


다 같이 가볍게 건배를 한 후 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충 사회 나가서도 잘하라고, 마지막까지 잘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였는데,


이제 해방된다는 생각에 그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도 않았고, 기억나지도 않았다.



1차를 마무리하고 헤어지려는데,


그가 말했다.



“다들 2차 가서 스트레스 풀고 신나게 놀아라.


내가 법카 줄 테니까 신나게 놀고 내일은 13시까지 출근해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X 9



그렇게 우리는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너무 신났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노래주점에 들어간 나는 마이크를 잡고 팀원들에게 말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진심이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주 7일을 하루 14~16시간씩 붙어 있으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내 생애에서 가장 압축적으로 많이 성장한 시기였다.


다시 그 회사로 들어가고 싶지 않지만,


그때처럼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밤이 깊어 새벽이 될 때까지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이제는 진짜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다 같이 나와서 우리는 인사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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