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퇴사 후 오랜만에 가진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지만,
혼자 집에 있는 것은 너무 어색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했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은 혼자 여행하기였다.
특별한 곳으로 가지는 않았고,
그리운 따뜻한 집밥을 먹으러 고향으로 내려갔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너무 반갑게 나를 반겨주셨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다. 며칠 푹 쉬어라."
"네, 그러려고요. 며칠만 쉬다가 올라갈게요."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집밥을 먹고 잠시 쉬려고 소파에 앉았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밤새 여러 가지 꿈을 꾸면서 한참을 잔 것 같다.
다음날,
내 몸이 이상했다.
온몸에 통증이 정말 심했다.
몸을 일으킬 수가 없을 만큼 아파도 힘이 없었다.
2년 가까이 엄청난 긴장과 압박 속에 살다가 한순간에 그 모든 것이 풀려서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며칠 동안 꼼짝도 못 하고 집에서 강제 요양을 했다.
사육을 당하듯이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한 것 같다.
덕분에 내 얼굴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처럼 거대하게 부풀어있었다.
하지만 너무 행복했고, 편안했다.
며칠 후,
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잘 지내냐?”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죠?”
“나는 잘 지내고 있지. 너 그 소식 들었냐?”
“어떤 소식이요?”
“너네 후임으로 들어와서 마지막으로 남은 PM 알지?”
“네, 알죠. 저희 둘의 업무를 다 인수 받으셔서 빡세게 일하실까 걱정했죠.”
“근데 걔도 어제 퇴사했다.”
“네? 어쩌다가요?”
“그 녀석도 우리랑 핏이 안 맞고, 내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실력을 가진거 같다.
왠만하면 내가 어떻게든 곁에 두고 키우려고 했는데 그럴만한 그릇이 안되더라.
퇴사하겠다고 해서 그래라고 했다.”
“아… 그랬군요… 어떡합니까…”
“나간다고 했지만 너네 둘처럼 붙잡지는 않았다.
그냥 쿨하게 보내줬다.”
“그래도 부사장님 혼자서 업무를 다 처리하기가 힘드실텐데…”
“괜찮다. 이런 시련이 한 두번도 아니고 말야.
너네가 나가는 것도 이겨냈는데 이정도쯤이야 금방 해결하지.”
나한테 갑자기 왜 연락했나 싶었다.
이제 좀 쉬려고 했는데, 왜 또 괴롭히나 싶었다.
“너네 둘이 빈자리 중 하나는 여자친구가 대신 채워주기로 했다.”
“아 그래요? 근데 PM 업무를 해본 적이 없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만, 내가 누구냐. 내가 잘 키우면 된다.”
그의 여자친구는 내가 소개시켜줬는데,
둘은 정말 많이 싸웠다.
근데 같이 업무를 본다면 더 싸울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의 업무 지시 스타일을 여자친구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젠 나와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냥 응원의 말만 전하자고 마음 먹었다.
“네, 아마 잘 키워주실 것 같아요.”
“그래 그건 걱정 안한다.”
“네, 파이팅입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올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
“네, 아직은 제가 해보려는 일을 시작도 안했기에 다시 돌아간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나중에 더 성장하고 싶을 때 꼭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돌아갈 생각이 있다면 말씀드릴께요.”
나는 하얀 거짓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