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내가 글을 쓴 뒤로 그가 바뀔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최소한의 사과라도 할 줄 알았지만, 그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연재했던 내용에 이어서 몇 편을 더 썼다.
그에게 뭔가 충격요법을 줘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외에는 누구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그 안에 있는 팀원들이 더 이상 힘들지 않기 바랐기 때문이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내 후임으로 들어온 후 마지막까지 버텼던 PM.
내가 퇴사한 후 2주 만에 퇴사를 결정했던 그 PM이 페이스북에 글을 쓴 것이다.
짧지만 강렬했다.
“여직원의 뺨을 때리던 대표는 여전히 그대로일까?”
그와 나는 페이스북 친구였기에 나는 그 글을 보게 되었다.
너무 놀랐고, 그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DM으로 대단한 일을 한 것이라며 이야기해 주었다.
하지만 그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지,
그 글로 인해 그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지 알 수 없었다.
며칠 후,
일요일 밤 11시였다.
안드로이드 개발팀장에게 메시지가 왔다.
“형, 통화가능하면 전화할까? 내가 전화할게.
통화로 이야기 좀 듣고 싶어서, 내가 조언 좀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얘가 이 시간에 왜 이런 메시지를 보냈지?
나한테 무슨 조언을 듣겠다는 거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며칠 전 그 글 때문이구나.”
나는 내일 출근해야 했고,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았다.
답장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다시 메시지가 왔다.
“형, 나 지금 따로 있어. 통화로 이야기 좀 나누자.
내가 형네 집으로 갈게.
지금 택시 타는데 40분이면 될 것 같아.”
팀장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무조건 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은 그가 시켜서 나를 만나려고 오는 것이었다.
내 글과 PM의 글을 오늘에서야 그가 보게 된 것이고,
큰일이다 싶어서 입막음을 시키기 위해서 나에게 보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형, 잘 지내?”
“응, 잘 지내지. 무슨 조언을 구하려고 그래?”
“사실은… 대표형이 형 글과 PM 글을 봤어.
대표형인 그걸 보고 정말 많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우리한테 말했어.”
“정말이야? 너는 정말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니?”
“내가 보기엔 그럴 거 같아. 회사를 정리하고 다들 위로금을 주겠다고 그래.
그리고 자신이 피해 줬던 팀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고 그러고 있어.”
“나는 그가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너는 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거지?”
“응. 지금 정말 반성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그러고 있어.”
그러던 사이 그가 전화를 했다.
하지만 나는 팀장과 통화하고 있었기에 받지 않았다.
그가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너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내가 부족하고 못나서 형으로서 부끄럽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미처 알지 못한 채 지금 와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미안해.
내가 너네 집 쪽으로 갈 테니까 만나주겠니.
통화 한 번만 해주렴”
그는 그 뒤로도 2번의 전화를 더 했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팀장에게 말했다.
“그렇게 많이 깨우쳤다면 앞으로 조용히 자숙하며 지내라고 그래.
자신이 피해 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내부 팀원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똑바로 살아라고 전해.
그럼 나도 이젠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가 말한 대로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글을 쓸 거라고 말이야.
“응, 알겠어. 형 고마워.”
“네가 고마워할게 뭐가 있냐. 네가 고생이 많다.”
“내가 말한 거 과감 없이 말해라.”
“알았어. 잘 자. 잘 지내고.”
“그래, 너도 잘 지내고, 어서 그곳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다음날 아침,
그가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오후에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게시할게 미안하다.
그때 너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못하고 풀지 못해서 참 미안해.
나중에라도 내 사과를 받아주렴.”
하지만,
그는 그날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