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 시절 수능 치는 날이면,
학교 선배들이 시험 치는 장소로 갔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써클이 있는 학생들만 갔던 것 같다.
사전에 선배님들에게 물어서 시험을 치는 학교를 알아뒀고,
학교별로 1, 2학년 나눠서 갔었다.
써클 회비로 믹스커피와 종이컵, 따뜻한 물을 준비했다.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하는 선배님들께 물어봤다.
“혹시 브니엘이십니까? 혹시 써클이 어디십니까?”
나는 사진부였다.
사진을 잘 찍거나 좋아해서 들어간 것은 아니다.
1학년 때 친했던 같은 반 친구가 같이 들어가자고 해서다.
2학년 선배가 큰 소리로 말한다.
“야! 1학년들 목소리 크게 안 하나!”
“일단 우리 학교 같은 선배 같으면
무조건 말 걸어서 써클 물어보고 2학년들한테 말해라.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그때부터 나와 같은 1학년들은
우리 학교 교복을 입었던 아니건 우리 학교 선배님 같으면 물어봤다.
“혹시 브니엘이십니까? 혹시 써클이 어디십니까?”
“어! 브니엘이다. 내 사진부다!”
“여기 선배님이십니다!”
그럼 2학년 선배가 뛰어와서 3학년 선배에게 이야기한다.
“구호 한번 외치고 들어가시지예!”
“부끄러운데 해야 하나?”
“그래도 학교 전통인데 한번 하시고 가시지예!”
“준비 됐나? 됐다! 준비 됐나? 됐다!”
“자, 드가자!!!”
“브니엘 총, 브니엘 칭, 브니엘 총칭총, 피이엔아이이엘, 브니엘 브니엘 야!”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커피 한잔 드시고 시험 잘 치십쇼!”
교문이 닫히고 모든 선배들이 입실하기 전까지
대략 2시간가량을 밖에서 선배들을 맞이했다.
이상하게 그때는 수능날이 정말 추웠다.
11월 초였는데 왜 이렇게 추웠는지…
고2가 되었다.
내가 써클장이었다.
1학년 때처럼 1, 2학년을 모아서 써클 선배님들의 시험장으로 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선배님 한분 한분께 물어보고
같이 구호를 외치고 커피 한잔을 드리며 힘을 드렸다.
그때는 왜 그렇게 응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전통이라고 하니 할 뿐이다.
1학년 때는 아는 것 없이 2학년 선배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했다.
2학년 때는 써클장이니 잘 알지는 못해도 작년에 본 것을 따라서 했다.
내가 고3이 되었다.
오늘이 수능날이다.
새벽부터 잠이 깨서는 계속 설쳤다.
내가 시험 치는 곳은 집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곳이라서 미리 출발을 했다.
학교가 산 꼭대기 같은 곳에 있어서 오르막길이 엄청났다.
등산하는 기분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갔다.
교문 앞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 학교 교복이 보였다.
그중 한 명이 나에게 오더니 말한다.
“브니엘이십니… 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그래. 너네 일로 왔구나.”
“네, 선배님. 구호 한번 외치고 가시지요.”
“아 좀 부끄러운데. ^^;;”
“그래도 전통인데 구호 한번 외치고 가시지예.”
“알았다.”
“준비 됐나? 됐다! 준비 됐나? 됐다!”
“자, 드가자!!!”
“브니엘 총, 브니엘 칭, 브니엘 총칭총, 피이엔아이이엘, 브니엘 브니엘 야!”
구호를 끝내려는데, 2학년 중 한 명이 외친다.
“아쉽나? 아쉽다. 아쉽나? 아쉽다.”
“한번 더 가자!”
“브니엘 총, 브니엘 칭, 브니엘 총칭총, 피이엔아이이엘, 브니엘 브니엘 야!”
“선배님 고생하셨습니다. 커피 한잔 드시고 시험 잘 치십쇼!”
그렇게 후배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커피가 든 종이컵을 들고 교문을 들어선다.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자신감이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 엄청 떨고 있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바뀌었다.
그때 알았다.
왜 응원을 하는지.
진심 어린 응원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를 위해 응원해 준 후배들이 고마웠다.
그 뒤로 중요한 순간을 맞이한 누군가에게는
진심으로 응원해 주려고 노력했다.
내 작은 응원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 시험 친 고3 수험생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의 앞날에 좋은 일,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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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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