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법정에서 마주쳤다.

[젤리의 제국]

by Changers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는데, 현관 앞에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하나 붙어 있었다.


보낸 분 : 서울남부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내게 등기를 보낼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우편물이 어떤 것인지 적혀 있지 않았기에 순간 당황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실수를 하거나 피해를 끼친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세상을 의미 있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겠다는 삶의 미션을 가지고,


따뜻하고 사람 냄새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살아가려고 노력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기보다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24시간의 시간 중 30분은 타인을 위해 쓰겠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런 내게 법원에서 등기가 올 정도로 큰 잘못을 한 것 같지 않았다.


밤이 늦은 시간이어서 집배원분께 연락을 드릴 수도 없었다.


밤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9시가 되자마자 집배원분께 전화를 드렸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우편물을 수령하기 위해서 오전 반반차를 쓴 상태라 빠르게 연락이 되어야 했지만,


집배원분께서는 계속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어쩔 수 없이 우체국으로 전화를 드렸다.


어렵게 담당자분과 연결이 되었다.


집배원분의 핸드폰이 고장 나서 연락이 잘 안 된 것이었다.


보통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일어나는데,


등기도 내게 안 좋은 일인가 싶은 걱정이 되었다.


집배원님과 통화를 해서 중간에서 만났다.


우편물을 수령해서 뜯어보자마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증인소환장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찬찬히 하나씩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디자이너가 소송한 사건에 대한 증인으로 소환된 것이었다.



평생 살면서 증인으로 소환되는 경험도 다 해본다고 생각했다.


평소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인가 싶기도 했다.


증인 출석 일자는 평일이었다.


요즘은 회사일 때문에 많이 바빠서 일정을 변경하고 싶었다.


소환장에는 일정 변경이 어렵다고 적혀 있었지만,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 삶의 태도이기에 법원에 연락해 봤다.


일정 변경은 불가피한 상황에 가능하고,


자필로 작성해서 우편이나 직접 방문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했다.


거의 불가능한 느낌이었다.


그냥 정해진 날에 출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출석 일자가 되었다.


오후 반차를 내고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이동했다.


살면서 법원을 다 와본다는 생각을 하며 법원 외부 사진을 찍었다.


입구를 통과해서 법정으로 향했다.


저 멀리 낯익은 실루엣이 보였다.


나는 그 실루엣의 주인공이 그리고 직검했다.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당당히 법정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증인석에 앉았다.



나는 판사, 검사, 변호사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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