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선서!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
만일 거짓 진술을 하면,
그에 대한 제재를 받기로 맹세합니다.”
나는 증인석에서 일어나서 선서를 했다.
선서가 끝나자마자 그의 변호사가 내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질문의 내용이 사건에 대한 부분보다는 나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증인은 평소 업무 적응을 잘 못해서 피고인에게 꾸지람을 많이 들었다고 하던데 맞나요?”
“아닙니다. 그건 그의 가스라이팅 수법 중 하나입니다.
그는 팀원들의 업무를 객관적 기준이나 성과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판단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또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신공격적인 말들로
팀원들이 자신보다 떨어진다는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네, 거기까지 하겠습니다.”
“증인은 2012년 연말에 피고인과 함께 하는 동생들과 동업을 했었죠?”
“네, 그렇습니다.”
“보시는 화면은 동업자들이 피고인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메시지 내용을 보면 동업자들과 트러블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증인은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트러블을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업자들과 어울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업무를 대하는 관점이 달라서 생긴 이슈였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제 잘못으로 생각했기에 동업자에게 용서를 구하며 화해했습니다.
반면, 그 이후로 동업자들과 피고인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말씀처럼 피고인과 동업자들의 관계가 좋았다면 지금까지 이어졌어야 합니다.
연락이 완전히 끊긴 것은 피고인이 그동안 강압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증인이 진술한 것처럼 피고인이 그렇게 나쁜 행동을 했다면,
증인은 왜 원고처럼 고소나 소송을 하지 않았나요?”
“처음 퇴사를 했을 때는 그곳에서 겪은 트라우마가 너무 컸습니다.
떠올리는 것조차 싫었고, 괴로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러닝, 명상, 스트레칭 등 다양한 습관들로 인해서
마음은 치유가 되었고, 정신이 맑아졌습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올라가다 보니, 그가 얼마나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인지 알았습니다.
나보다 돈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그 외 모든 부분이 저보다 떨어지는 사람 때문에,
내 남은 인생을 갉아먹고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불쌍한 사람으로 제 마음 깊숙한 곳에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과오를 글로 남겨서 나중에 오늘과 같은 상황에 생겼을 때,
그때의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도 변호사는 메신저인 내가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교묘하게 편집된 메시지들을 공유하며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진실은 어떤 것으로 덮으려고 해도 잘 덮어지지 않는 법,
나는 가볍게 그의 공격들을 진실들로 받아쳤다.
자신들의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자 그가 얼마나 직원들을 위하는지를 증명하려고 했다.
“일반적인 회사와 다르게 피고인의 회사는 사장과 직원들의 관계가 좋았습니다.
직원들을 위해서 1년에 3회 이상씩 해외 워크숍을 다녀왔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증인이 시기질투를 해서 페이스북에 글을 쓴 것 아닙니까?”
“사실을 정확하게 아셔야 합니다.
직원들을 위해서 간 것이 아니라 그가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기 때문에 간 것입니다.
조금 전에 보여주신 영상은 뉴욕에서 찍은 것인데,
뉴욕으로 가기 3주 전 여자친구랑 크게 싸운 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뉴욕 워크숍을 가자고 한 것입니다.
영상에서 웃으면서 다 같이 영상을 찍었다며 관계가 좋았다고 하시는데,
사장과 함께 있는데 인상 쓰는 직원이 있을까요?
그리고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하셨는데, 다 같이 찍은 사진을 보시면,
장소는 다르지만 사람들이 배치된 위치가 다 동일한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건 그가 자기랑 친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근처에 두고,
그렇지 않은 직원은 멀리 배치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뜻대로 생각대로 직원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추가로 페이스북에 글을 쓴 것은 자신의 과오를 모르고 살아가는 피고에게 깨우침을 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글을 보고 개발팀장들과 피고인이 연락을 제게 했습니다.
제게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고, 공식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글을 올린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네, 여기까지 마 듣도록 하겠습니다.”
당황한 변호사는 내 말을 중간에 끊었다.
“증인은 피고인이 폭행으로 고소된 사건에 무죄를 받은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네? 피고가 폭행으로 고소된 사건에 무죄를 받았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모든 직원들은 회사 내에서 폭행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단지, 퇴사한 사람 중 3명만 폭행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할 말이 없습니까?”
“그곳에서 아직 근무하고 있는 팀원들이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처럼 자신들이 더 이상 다른 곳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가 법적 조치를 당할 경우, 자신들의 생계가 사라질까 봐 그런 증언을 한 것 같습니다.
원고도 그곳에 재직했을 때는 그들과 같은 처지였지만,
나와보니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바뀐 것 없이 살아가겠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이 법정에 서서 저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입니다.
증인 중 한 명이 10년 전 억울하게 마녀사냥을 당했을 때,
두 번 다시는 모른 척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너무 안타깝네요…”
그렇게 2시간가량의 증인신문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판사님이 내게 말했다.
“아까 말씀하신 페이스북 글과 피고인이 보냈다는 메시지를 출력해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겠습니다. 차주까지 법정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잘못을 했음에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의 사법 정의가 제대로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답답하고 씁쓸했다.
결국 젤리의 제국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가길 바라며,
이렇게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