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대 동의서부터 시작된 밤
내과 간호간병통합병동.
그날은 아침부터 보호자와의 통화로 시작됐다.
“환자분이 밤새 주삿바늘을 빼고, 기저귀를 던지셨어요. 안전을 위해 억제대가 필요합니다.”
수화기 너머로 긴 한숨이 들렸고, 잠시 후 보호자가 동의했다. 전화를 끊고 병실 문을 열자, 환자분은 이미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기저귀 상태를 확인하려 다가가자, 손등을 후려칠 듯 팔을 번쩍 드셨다. 다른 날엔 내 사원증 목걸이 줄을 갑자기 낚아채, 목을 조일 듯 잡아당기신 적도 있었다. 순간 숨이 턱 막히며, 손발이 굳는 기분이 어떤 건지 몸으로 느꼈다. 간신히 사이드레일에 묶어둔 호출벨을 눌러 간호사실에 알렸고, 몇 초 뒤 동료들이 병실로 몰려왔다.
“세상에! 환자분, 손 놓으세요!”
“이 년이 어디다 대고 큰 소리야!”
거친 고함과 함께 몸이 더 세게 잡아당겨졌지만, 여러 명이 달라붙어 간신히 떼어낼 수 있었다. 차지 선생님의 배려로 응급실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고 병동으로 돌아왔다.
그분은 하반신 마비와 심한 구축이 있었고, 정신과 병력(NP)도 겹쳐 있었다. 3인실에 계셨지만, 종종 다른 환자와 언성을 높였다. 나이트 근무 중이던 어느 날, 허공을 향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맞은편 환자가 호출벨을 눌러 알려왔고, 혹시 악몽에 놀란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다가가 인기척을 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죽일 년, 망할 년”이라는 거친 말뿐이었다.
인턴에게 노티를 넣어 아티반 처방을 받았고, 억제대를 채운 채 처치실로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복도로 침대를 빼는 중, 환자분이 눈을 부릅뜨더니 침대를 미는 선생님께 ‘칵’ 하고 침을 뱉었다. 옷에 튄 침을 보며 다들 놀란 채 선생님의 안색을 살폈다.
“아… 괜찮아요. 옷이야 빨면 되죠. 여분 옷 있으니 갈아입고 나올게요.”
그 짧은 소동이 가라앉고 나서야 처치실에서 약을 투여했고, 잠든 것을 확인했다. 자리로 돌아와 카덱스를 열어보니, 이미 환자의 기록 칸은 갖가지 사고로 빼곡했다. 그날 새벽의 전쟁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점심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식판을 엎고, “개죽을 사람 먹으라고 주는 거냐”는 욕설을 퍼부었다. 잔반과 국물은 시트와 침대 프레임 사이로 흘러내렸다. 청소 여사님이 계시긴 했지만, 바닥·화장실·쓰레기만 담당하시기에, 침대와 환자 자리는 우리가 직접 닦아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요의를 느끼지 못해 성인용 기저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2시간마다 라운딩 하며 확인했지만, 협조는 전혀 없었다. 기저귀가 넘쳐 시트와 환의가 대소변 범벅이 되는 건 예사였고, 닦아드리려 하면 온몸으로 거부하며 욕설과 위협을 하셨다.
밤마다 주삿바늘을 빼고 기저귀를 던지는 바람에 사촌에게 연락해 억제대 동의를 다시 받고 채웠지만, 양손목을 묶어도 두 팔 힘만으로 풀어 병실 밖으로 나오셨다. 하반신 소아마비인데도, 상체 힘만으로 스스로 지탱하며 이동한 것이다.
“다 쏴 죽이겠다! 나를 감금해서 죽이려 한다! 니들이 자초한 거다!”
그날 들은 욕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결국 보호자와 상의 끝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 하기로 했다. 모든 사건이 한 사람에게서 벌어졌다는 사실은, 그 후로도 오래 병동에서 회자됐다. 그리고 나도 알게 됐다. 한 번의 근무가,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전설’이 될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