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다시 식탁 위의 이야기
서른이 된 나는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인턴으로 일하며 방황과 현실 사이를 오가고 있지만, 오늘따라 그 무게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예전보다 더 말라 있었고, 손등엔 굳은살과 화상 자국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요즘 잘 지냈니? 걔도 잘 있고?”
나는 대답 대신 엄마의 손을 바라보았다.
“응, 나야 늘 그렇지. 남자친구도 잘 지내. 요즘은 서로 바빠서 자주 못 봐.”
“그래… 할머니가 결혼은 언제 하냐고 묻더라. 그러려니 했어.”
“참, 때가 되면 하겠거니 하는 거지.”
엄마는 남자친구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한 번도 “언제 인사 오냐”거나 “어떤 사람이냐” 묻지 않았다. 기다려주신다고 생각하면 편했지만, 사실은 무심함에 더 가까운 거리였다. 그 애매한 온도 속에서 나는 불편했다.
명절 맞아 모인 할머니와 이모들은 여전히 결혼이 인생의 완성이라 믿었다. “결혼해야 진짜 어른이지”라는 말에 나는 조용히 웃었다. 서로 살아온 시대가 다르니까, 그렇게 넘기려 해도 마음 한편이 쓰렸다.
애초에 진짜 어른이 뭘까?
여동생은 “인턴 끝나면 뭐 할 거야?” 하고 물었다.
“자격증 공부도 하고, LH 청약도 계속 넣어보려고.”
“응… 뭐든 괜찮은데, 동거만큼은 결혼 전제로 생각했으면 좋겠어.”
조심스러운 동생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남동생은 “시간 나면 본가 자주 와라”는 말 한마디뿐이었다. 그 한마디가 참 따뜻하고 고마워서
되려 무뚝뚝하게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가족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너무 많은 걸 말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집, 청약에서 계속 떨어지는 현실, 자격증 공부와 학원 등록,
그리고 미래를 위한 막연한 계획들. 하루하루를 버티며 또다시 청약 공고를 확인하고, 불안과 함께 잠들었다.
사람들은 MZ세대는 자유롭고 편하게 산다고들 하지만, 정작 나는 어느 하나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믿는다. 과거의 나의 최선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대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배우는 중이다.
어쩌면 그것이 서른의 삶 아닐까.
가족과 세대, 기대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채로도
나는 오늘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