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기댈 곳 혹은 방황

버팀목이 되어주는 순간들

by 밍뚜



깝깝한 인턴 생활과 자격증 공부, 막연한 미래에 대한 걱정, 내일로 미뤄둔 집안일까지 모든 게 절묘하게 뒤엉켜 엉망진창 같은 하루를 버텼다. 한순간 삐끗하면 끝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다행히도 내 곁에는 3년 반 넘게 함께한 남자친구가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번호를 달라고 덜덜 떨면서 휴대폰을 내밀었고, 몇 번의 만남 끝에 연애가 시작됐다. 웃을 일도 많았고 울 일도 많았고, 그렇게 여러 계절이 지나 덤덤해진 지금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단단히 남아 있다.


그는 나보다 두 살 어리고 현재 대학원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데, 연구와 논문, 발표, 후배까지 챙기느라 늘 지쳐 있었다. 안색이 핼쑥해질 정도로 힘들어했지만 나는 그 무게를 대신 들어줄 수 없었다. 서로의 힘듦을 이미 알고 있기에, 오히려 더 티 내지 않고 실없는 농담을 섞으며 퇴근길에 잠시라도 웃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서로의 진창을 공유하고 있지만 서로를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도 애쓰고 있는 나의 남자친구, 그가 있기에 이 엉망진창도 할 만하다고 체감하고 있다.


사소하지만 따뜻한 장면들이 쌓여 우리 관계를 단단하게 해 주었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산책하자”는 말에 지하철 한 코스 정도 되는 거리를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해서 마트에 들렀는데, 10개 묶음 세일 중이라 둘 다 웃기게도 엄청 신중하게 골랐다. 사실 나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자친구가 좋아해서 함께 봉투를 들고 걸어 나왔다.


손목에 달랑거리던 봉투, 선선한 날씨,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깔깔거리던 순간까지 모든 게 행복했다. 그때 “행복해, 고마워”라고 말하니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자기가 더 고맙다고 표현해 줬던 남자친구.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일지 몰라도, 이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깊다고 느꼈다. 불안과 방황은 여전히 곁에 있지만, 오늘을 살아낼 이유는 분명히 곁에 있었다.








이전 05화아직 늦지 않았다는 걸 믿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