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해진 집 안에 남은 고요한 마음
고단했던 평일이 지나고,
마침내 주말이 찾아오면 나는 벼루어 두었던 집안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 무렵이 되면 바닥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또렷이 보여,
마치 세상이 돋보기를 씌운 듯 선명하게 느껴진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꼭 하는 루틴이 있다.
냉장고 위에 올려둔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음악을 크게 튼다.
어떤 날엔 캐롤을, 또 어떤 날엔 재즈 색소폰 연주를.
그때의 감정과 공기의 결에 따라 선곡이 바뀐다.
“요놈, 먼지 이런! 머리카락”
청소기를 밀며 중얼거릴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방금 청소한 자리에, 미처 밀리지 못한 머리카락이 있어도
그조차 오늘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솔로 구석구석 닦아내고,
물걸레를 짜서 바닥을 쭉 밀면
낯선 방 안이 환하게 펼쳐졌다.
깨끗해진 바닥을 바라보면 마음속 먼지도 함께 사라지는 듯해
그 순간이 참 푸근하다.
“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멍하니 의자에 앉으면
불편했던 생각도, 조급했던 마음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청소 시간만큼이나
그 후의 여유를 나는 참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빨래를 탁탁 털어 널다가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면
새파란 하늘과 서늘한 공기가
집 안 가득 스며든다.
그 하늘을 보고 있으면
괜히 어디론가 나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약속이 있는 것도, 딱히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도 깨끗해진 집이 갑자기 갑갑하게 느껴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뿌듯했던 마음이
이내 묘한 공허로 바뀌는 순간.
하지만 곧 생각이 든다.
‘이 추위에 나간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 눕고 싶은 마음이
천천히 몸을 감싼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포근하게 쏟아지고,
나는 침대에서 넷플릭스를 켠다.
드라마 한 편에 웃고, 잠시 꾸벅 졸다가
다시 화면으로 돌아간다.
이 한량한 휴식이 나름 잘 어울린다 싶어,
혼자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쉬는 것도 결국 삶의 일부다.
잘 쉬어줘야 다시 걸어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내 주말은
노을과 함께 천천히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