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머무는 창가에서

창가의 빛이 마음에 닿는 순간

by 밍뚜



주말은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면서,
희한하게 더 바쁘고 더 게을러지는 시간이다.
평일 동안 집안일을 반쯤 놓고 지내다 보니
토요일엔 꼭 집 정리를 하는 편인데,
해야 할 일들이 어찌나 많은지
짝꿍이 “토요일도 근무하는 것 같다”라고
허허 웃을 정도다.


대부분의 청소는
방과 거실 위주로 손이 가지만
부엌의 인덕션 벽면이나
화장실 바닥, 세면대 뒤편 같은 곳은
자꾸만 청소 목록에서 밀려난다.
누가 대신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두면 또 괜찮은 척하며 하루가 가버리기에
애써 눈을 감기보다
그냥 후다닥 치우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특히 바닥을 걸레질할 때
소주를 살짝 뿌려 닦으면
유난히 뽀득뽀득하게 닦여서
요즘은 그 방법을 자주 쓴다.
전날 마시다 남은 소주를 청소용으로 쓰고
공병은 편의점에 가져다주면
왠지 생활의 흐름이 한결 정돈되는 느낌이다.


청소를 마치고 나면
밥통을 열어 내일까지 먹을 양이되는지 먼저 확인한다.
모자라겠다 싶으면
현미와 백미를 8:2 비율로 섞어 새로 밥을 한다.
처음 현미식을 시작했을 땐
까끌한 식감이 설익은 쌀 같아 손이 안 갔는데
지금은 백미처럼 잘 먹고 있으니
정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보다.


냉장고 속 재료에 따라
어묵국이 되기도 하고, 계란국이 되기도 하고,
무가 많은 날엔 북엇국을 끓인다.
반찬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 위주라
장조림, 멸치볶음, 옛날 소시지 같은 것들을 자주 만든다.
어릴 땐 그 분홍 소시지의 밀가루 맛이 어쩐지 싫었는데
지금은 돈 주고 사 먹을 정도로 좋아한다.
입맛도, 취향도
참 묘하게 흐르고 변한다.
그렇게 두세 가지 반찬을 채워 넣고 나면
냉장고 속은 든든해지고
마음도 슬며시 편안해진다.


시간을 언뜻 보면
어느새 오후 두세 시.
이제야 마음 편히 퍼져 있어도 될 것 같은
그런 시간대가 찾아온다.
게임을 조금 하고,
소설을 조금 쓰고,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다 보면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이른 저녁이 금방 다가온다.


일요일이 되면
비로소 진짜 휴식이 시작된다.
도서관에 들렀다가
늘 걷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가보고,
눈에 띄는 카페가 있으면
그냥 들어가 보기도 한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손을 주머니 속에 깊이 넣고,
코끝이 시려 콧물이 나도
그 산책이 참 좋다.
이 시간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
집에 들어가기 싫어질 때도 있다.

햇살이 창가에 오래 머무는 날이면
그 따뜻함에 마음까지 느슨해져
이 고요한 하루를
그저 조용히 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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