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대신 삶을 느끼는 저녁
병원 공급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공익 한 분이 배정되어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조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저 요즘 생각하는 게 귀찮아졌어요.”
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핸드폰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머리가 쉬지 못하고,
조금만 생각하려 해도
피곤해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부터
폰을 일부러 탈의장에 두고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폰을 얼마나 하길래 그래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거의… 놓은 적이 없어요.” 하고 웃었다.
정말 틈만 나면 DM 보내고,
카톡은 칼답해야 속이 시원하고,
밥 먹을 때도, 이동할 때도
항상 손안에 폰이 있었다고 했다.
그 정도면 내려두는 게 맞다며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면 또 PC 카톡 하지 않아요?” 하고 농담처럼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연동 안 해놨어요. 하고 싶어도 못 해요.”
가족 PC를 쓰나 보다 싶어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폰을 내려놓고 나니
갑자기 생긴 빈 시간이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그래서 밥 먹고 저녁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밀려 있던 인강이 떠올라
오랜만에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전환이 참 기특하고 반갑게 느껴졌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문득 나도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폰을 손에서 내려두지 못하고 있었을까.
나름 절제를 한다고는 했지만
알림이 울리면 반사적으로 손이 가고,
쓸데없이 스크롤만 내리다가
시간을 잃어버릴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저녁 7시가 되면
핸드폰에 방해금지를 켜두기 시작했다.
그 시간엔 밥을 차려 먹고
집안을 정리하고
요가를 하며 몸을 풀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 있다.
손에서 폰을 잠시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이렇게 넉넉해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