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지각만큼 2회분입니다.
‘감정기록 노트’라고 이름을 붙여놓았지만
사실 조금은 쑥스러운 루틴이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보기로 했다.
예전에 심리 상담 센터를 다닐 때,
상담 선생님께서 이런 숙제를 내준 적이 있다.
일기든 메모든 상관없으니
한 달 정도만 꾸준히 써보자고.
그래야 내 감정의 기복이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매일이 우울한 것도 아니고,
매 순간이 불안한 것도 아니니
어떤 상황에서
그 감정의 스위치가 눌리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이 될 거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일기’였다.
구구절절한 하소연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로
노트가 가득 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점 쓰는 게 버거워졌다.
마음을 꺼내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서
자꾸 미루고 싶어졌다.
그래서 생각했다.
조금 더 간단하게,
조금 더 금방 쓸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
그렇게 해서 남은 게
지금의 감정기록 노트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0월 00일
기분 : 썩 괜찮음 ☀️
평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10분 넘게 대화를 했다.
생각보다 덤덤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이야기,
음식 취향 같은 가벼운 대화였다. 예전 같았으면 피하려고 애썼을 텐데,
지금은 조금 비워서 괜찮아진 걸지도 모르겠다.
짧으면 한 줄,
길어도 세 줄이면 충분했다.
노트를 쓰는 것도 아까워서
지금은 앱으로 기록하고 있다.
생각보다 이 방식이
나에게 잘 맞았다.
그날의 감정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고,
‘아, 그땐 이런 마음이었구나’
‘이 상황에선 이렇게 넘겼구나’
다음엔 조금 더
차분하게 말해볼 수도 있겠다는 여유도 생겼다.
그럴수록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모든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래야만 내가 상대를 생각하고 아끼고 있는 만큼 나를아껴줄 것 같아서 그만큼 소중하고 특별하게 대해줄 것 같아서,
지금은 그 힘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두었다.
내가 잘하든, 못하든
떠날 사람은 떠나고
머물 사람은 머문다.
그래서 이제는
머문 사람들에게만
고마움을 느끼고
마음을 표현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다.
실망할 필요도 없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오늘의 내 마음은
이만큼만 써두기로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