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이대로 괜찮을 것 같다.

여기까지 데려온 마음들에게

by 밍뚜



각자의 삶이 있다.
유난히 내 힘듦만 크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은 그럭저럭 잘 살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게 참 못 견디게 다가오는 날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못나서 그렇다고 쉽게 긍정하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를 시샘하고 질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
잠깐의 봐주는 틈도 없이
저 편으로 넘어가버린다.


붙잡을 수 없는 적적함 앞에서
무언가를 채우고 싶어 책상에 앉았다.
그때 귓가에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1악장이 흘러나왔다.
애절한 선율이 내 마음을 찌르르 건드렸다.


클래식은 가끔
내게 묻는다.

“그 시간들, 헛되이 보낸 건 아니었느냐”라고.

매서운 질책처럼 들릴 때도 있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타인이 보는 나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저 사람, 꽤 다사다난했구나”

라고 말해줄 수 있을 만큼.

그 엄동설한 같은 시간을 지나
마침내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다.

여기,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흔들리고,
실망하고,
눈을 감는 날도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저 멀리서 깜박, 깜박.
아주 작은 불빛이 보였다.


발밑은 어둡고

불빛은 너무 멀어
넘어질까 위태로운데도
손을 뻗는 걸
주저하지 않게 된다.


어찌 그럴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이미 많이 넘어져봤기 때문이라고.
다치고, 깨져보고,
그 끝에 굳은살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분명 나는
이보다 더 힘든 시간을 지나온 적이 있었고,
그 시간들을 견뎌내어
지금 여기까지 와 있는 사람일 텐데
이상하게도 괴로움은 매번 처음인 얼굴로 찾아온다.

적응할 새도 없이
마구 해 집어 놓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한 얼굴을 치켜든다.
희망적인 마음으로
마음 저편을 물들이고 싶어도
힘이 쭉 빠져 한없이 가라앉는 시간들이
있다.


그럴수록
무언가 하나쯤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침반이든,
이정표든,
명언 한 줄이든,
사자성어 하나든.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다시 나를 붙잡아줄 수 있는
그 무엇이면 충분하다.


잊지 말아야 할 건
나를 이루는 것이
오로지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지나온 시간 속에서
작고 큰 도움과, 사랑과, 감사함을 받아
나는 여기까지 만들어졌다.


그래서
함부로 져버리지 않으려 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그 모든 마음들을 위해서.


어딘가에서
각자의 마음 한구석에
나와 닮은 모습을 살아내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 생각이 기꺼워
슬쩍 웃음 한 번 흘려본다.

오늘의 힘듦이
웃음 한 번으로 값을 치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퍽 괜찮은 삶이 아닐까.


내일도,

이대로 괜찮을 것 같다.

이전 09화혼자지만 외롭지 않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