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 사이에서 머무는 밤
요즘의 밤은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독서와 사람들,
이 두 가지로 자연스럽게 닿는다.
독서는 이제 와서 말하자면
그저 그런 취미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처음의 독서는
나에게 도피처에 가까웠다.
어릴 적 읽던 동화책처럼
책 속에 몰입하면
주변이 전부 지워지는 시간이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 생각도 따라오지 않는 상태.
그 시간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계기가 무엇이었든
나는 결국 독서를 놓지 않았다.
세계문학 전집을 읽고,
해리포터 전권을 끝까지 읽고,
슬픈 소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엉엉 울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을 읽던 밤처럼.
가끔은 시집을 읽고,
댄 브라운의 소설을 전부 찾아 읽은 뒤 그의 지적 퍼즐과 종교적 관점에 완전히 매료되어
영화까지 챙겨 보기도 했다.
숏츠에서 추천하는 책을 읽기도 하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손이 가는 책이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유난히 아끼는 소설 한 권이 있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던 책이다.
지금은 그 책을 건네준 사람이
누구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책은 여전히 내 곁에 있다.
신기하게도 같은 책인데도
나이를 먹을수록
주는 감동이 달라진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이
지금은 마음을 건드린다.
책의 모서리는 닮도록 닳아 있는데,
나는 그 사이를 조금 더 지나온 셈이다.
요즘은 정보라 작가의 소설을 자주 읽는다.
읽을수록 마음이 아려오는데
그럼에도 멈출 수가 없다.
아마 내 깊은 어딘가에는
아직 토끼 한 마리가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독서만큼이나 사람들과의 모임도 이어가고 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모임이다.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기도 하고,
예쁜 카페에 가거나 최근에는 등산도 다녀왔다.
혼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활동들이지만
함께라서 즐거웠다.
사람은 어느새 마흔 명 가까이 되었고,
그중 절반 이상은 얼굴을 알고 있다.
재치 있게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들이 있어
괜히 애쓰지 않아도 편안하다.
술이 없으니
마무리도 늘 깔끔하다.
밤은 조용히 끝나고,
각자의 일상으로 무사히 돌아간다.
올해의 마지막이 수요일이라
이 글을 올리며 밤을 마무리한다.
내 글을 읽어준 당신에게도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새해에는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건강하고,
각자의 밤이
지금보다 덜 외롭기를.
혼자여도 괜찮은 밤들이
계속 이어지기를.